요즘 동물단체들이 힘을 합해 이야기하는 동물이 있다. 바로 돌고래다.
지난 26일 동물보호단체 10곳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돌고래 체험 시설 ‘거제씨월드’를 폐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벨루가를 서핑보드처럼 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중단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30일 기준 4만2,000여명이 서명한 상태다. 다음날 동물단체 3곳은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앞에서 마지막 남은 벨루가 ‘벨라’의 방류 촉구 퍼포먼스를 벌였다.
돌고래 뉴스를 접하면서 이보다 먼저 논란의 중심에 있던 서울대공원의 마지막 돌고래 ‘태지’ (21세 추정·수컷)가 떠올랐다. 9년을 함께 살던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는 2017년 바다로 돌아갔지만 태지는 종과 서식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방류에서 제외됐다. 돌고래는 지능이 높은 사회적 동물이다. 홀로 남은 태지는 정형행동을 보였고 결국 위탁을 자처한 호반호텔앤리조트(옛 퍼시픽랜드)에 맡겨졌다. 당시 동물단체들은 “불법 포획한 돌고래로 쇼를 벌여온 곳에 태지를 맡겨선 안 된다”고 비판했지만 포획으로 악명 높은 일본 다이지(太地)에 풀어줄 수도 없었다. 쇼에 동원하지 않고, 앞으로 바다쉼터로 이송하거나 자연 방류하는 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리조트 측은 이를 받아들인다는 조건으로 태지는 지난해 4월 호반호텔앤리조트의 소유가 됐다.
태지는 잘 지내고 있을까. 리조트 측에 확인 결과 태지는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뜻밖의 사실도 알게 됐다. 태지가 ‘대니’로 개명을 한 것이다. 태지라는 이름은 일본 다이지(太地)에서 따온 이름이다. 해양동물단체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과거의 역사를 지우기 위해 이름을 바꾼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리조트 측도 “부정적 이미지가 있어 이름을 바꿨다”고 밝혔다.
사실 관람객들에게 태지가 어디서 왔고, 퍼시픽랜드에 올 수밖에 없었던 사연 등을 알리면 더 좋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또 워낙 붙임성 좋고 장난끼가 많았던 태지가 잘 지낸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결국 돌고래쇼를 하는 수족관이 최선의 대안으로 꼽혔다는 점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2018년 3월 환경부가 잔인한 방식으로 포획된 생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다이지 돌고래 수입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7개 시설에 남아 있는 돌고래는 총 36마리다. 이들은 좁은 수조 안에 전시되고, 자신의 본능과는 상관없이 공연에 이용되고, 심지어 체험행사에 동원되고 있다.
앞서 제주 앞바다로 돌아간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 태산이, 복순이는 야생 무리에 합류해 지금도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춘삼이와 삼팔이는 출산까지 했는데, 수족관 돌고래가 야생으로 돌아가 출산을 한 것은 전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일이라고 한다. 수족관 생활을 오래했던 금등이와 대포는 방류 이후 안타깝게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방류가 잘못됐다고, 방류를 위한 노력이 헛되었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돌고래 방류 역사를 보면서 돌고래를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처음부터 잡지 말았으면 가장 좋았겠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봐야 소용 없는 노릇이다. 남은 돌고래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게 우리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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