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1000만명 지구인 이름 실은 로버, 한 달 뒤 화성으로 출발

입력
2020.07.04 04:30
14면
0 0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로버 '퍼시비런스'가 한 달 뒤 발사돼 내년 2월? 화성에 도착한 모습을 표현한 상상도. NASA 제공?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로버 '퍼시비런스'가 한 달 뒤 발사돼 내년 2월? 화성에 도착한 모습을 표현한 상상도. NASA 제공?


출발이 한 달 정도 남았다. 우리 가족의 ‘이름’을 실은 화성 탐사 로버가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5일 사이에 우주로 날아오를 예정이다. 로버는 몸체에 바퀴가 달려서 차량처럼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탐사로봇을 말한다. 이 로버가 계획대로 약 7개월 뒤인 내년 2월 18일 화성에 성공적으로 착륙하면 우리는 화성에 이름을 남기는 지구인이 된다.

아이와 화성으로의 ‘이름 여행’을 계획한 지 벌써 1년이 됐다. 작년 이맘때 우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으로 가는 ‘이름 탑승권’을 발급해주는 행사에 참여했다. ‘마스(Mars) 2020’이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NASA가 화성으로 직접 로버를 보내 흙과 돌을 채취하고, 생명체가 존재하는 흔적을 찾는 게 목적이다. 로버는 약 96%가 이산화탄소로 이뤄진 화성의 대기 중에서 산소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을 직접 시험해보는 임무도 안고 간다. 화성의 환경을 인류가 생활 가능한 상태로 만들 수 있을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아이는 1년 전 마스 2020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접속해 이름과 국적을 입력하고 화성행 이름 탑승권을 받았다. 아빠와 엄마 탑승권도 차례로 받아뒀다. 탑승권 발급은 지난해 9월 30일 마감됐고, 세계 각국에서 총 1,093만2,295명이 이름 화성행에 동참했다. 아이는 당시 학교에서 쓴 기행문에 우리 가족의 다음 여행지는 화성이라고 표현할 만큼 마스 2020 프로젝트에 큰 기대를 보였다.

화성으로 갈 로버에게도 올 3월 이름이 생겼다. 미국 전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로버 이름을 공모한 NASA는 버지니아주의 한 7학년(한국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제출한 ‘퍼시비런스(Perseverance)’를 최종 선정했다. 우주 탐사에 필수인 탐험 정신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인내’라는 점을 반영했다고 NASA는 설명했다. NASA가 먼저 화성에 보냈던 로버인 ‘소저너’, ‘스피릿’, ‘오퍼튜니티’, ‘큐리오시티’의 이름도 학생들이 지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화성 탐사 로봇에 자기가 붙인 이름이 새겨질 모습을 상상하며 우주를 향한 꿈을 키울 수 있는 미국의 과학교육 환경이 부럽다.

퍼시비런스가 착륙할 곳은 화성 적도 부근에 있는 분화구 ‘예제로’다. 지름 49㎞ 정도의 이 분화구에는 점토가 풍부하고, 수십억년 전 물이 흘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때문에 과학자들 사이에선 오래 전 이곳에 미생물이 서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퍼시비런스는 화성시간으로 1년(지구시간 기준 약 687일) 동안 예제로 분화구 일대에서 흙이나 암석, 먼지 등의 샘플을 채취할 예정이다.

퍼시비런스가 채취한 화성 샘플은 NASA가 유럽우주국(ESA)과 함께 준비하고 있는 다음 단계 프로젝트들을 통해 지구로 가져오게 된다. 먼저 2026년 7월에는 ESA의 탐사 로버 ‘페치(Fetch)’와 NASA의 화성 착륙선이 발사된다. 화성에 도착한 뒤 이들은 퍼시비런스가 채취한 화성 샘플을 수거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페치가 샘플이 담긴 용기를 퍼시비런스에서 꺼내다가 착륙선이 싣고 온 특수 상자에 옮겨 넣는 식이다.

NASA는 착륙선에 초소형 로켓과 소규모 발사 시스템을 설치할 예정이다. 착륙선은 이들을 이용해 샘플이 담긴 특수 상자를 2029년 화성 궤도를 향해 쏘아 올린다. 이렇게 발사된 특수 상자는 샘플을 실은 채 화성 궤도를 따라 움직이다가, 먼저 와 기다리고 있던 ESA의 지구 귀환 궤도선과 만나게 된다. 지구 귀환 궤도선은 2028년 화성 궤도에 미리 도착한 다음 화성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가 샘플 상자 위치를 추적해 수거하는 게 임무다. 무사히 샘플 상자를 수거한 뒤 궤도선은 2031년 지구를 향해 출발하고, 2032년 미국 유타주의 사막 지대로 상자를 떨어뜨릴 계획이다. 곧 있을 퍼시비런스 발사는 앞으로 12년 동안 진행될 ‘화성 흙 지구로 가져오기 작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장기간에 걸친 과학 프로젝트에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경제적, 기술적 변수에 이번엔 바이러스까지 가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일정이 2주 정도 늦어지며 흔들릴 뻔한 퍼시비런스 발사가 그래도 진행된다니 반가운 마음이다.

내년 퍼시비런스 착륙과 함께 아이는 중학교에 입학한다. 이후 로버와 우주선들이 부지런히 화성을 오가며 일하는 12년 동안 아이는 20대 중반의 청년으로 자랄 것이다. 지구 귀환선이 날라다 줄 화성 샘플의 모습도, 어엿한 청년이 된 아이의 모습도, 아직은 그려지지 않는다.

임소형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