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도 ‘네이버 공무원’다웠다.
30일 1229화를 마지막으로 연재가 종료되는 조석 작가의 웹툰 ‘마음의 소리’. 14년간 단 한번의 오차도 없이 달려왔듯, 마지막 회도 어김없이 29일 자정이 채 되기도 전에 올라왔다.
“여고생이 한 아이 엄마 되기까지…” 14년 여정 함께한 독자들
'마음의 소리’ 완결 소식은 이미 2주전에 알려졌다. 작가가 개인 SNS에 마지막화 콘티를 언급하며 “이날이 진짜 오긴 오네”라고 적었기 때문이다. 30일 마침내 공개된 마지막화 에피소드는 만화라기보다는 그간의 여정을 함께해온 독자들에게 남기는 긴 편지였다.
"늘 이 만화의 끝을 상상할 땐 슬프거나, 섭섭하거나, 화가 나거나, 우울할거라 생각했는데 ‘다 그렸어’라는 생각이 들다니 전 정말 운이 좋네요”라며 담담한 소회를 밝힌 조 작가는 “웃어준 모든 독자 분들께 고맙고 화가 났던 분들에겐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마음의 소리'는 서울 은평구에 사는 한 가족의 코믹한 일상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려냈다. 조 작가 특유의 촌철살인 개그와 이른바 ‘병맛 코드’를 앞세워 크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장장 14년의 연재는, 작가에게 너무나 큰 부담이기도 했다. '동시대의 유머 코드를 선도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작가를 짓눌렀다. 조 작가가 마지막화에서 “1년 전쯤 ‘마음의 소리가 안 웃기다’는 생각을 했고, 1년 간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고도 나아지지 않으면 완결해야겠다 생각했다”서 털어놨다. 홀로 끙끙 앓았을, 마음고생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다.
14년의 연재 동안 주인공 조석과 여자친구 애봉이는 결혼했고, 딸 둘을 낳았고, 주요 등장인물로 활약했던 반려견은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다. 그 동안 독자들도 함께 나이 들어갔다. 마지막화 댓글에는 유독 “여고생이었던 독자가 한 아이 엄마가 됐다” “서른 살 인생 중 절반을 함께했다” “‘마음의 소리’와 함께 성장했다”는, '마음의 소리'와 함께 한시간을 곱씹는 댓글들이 줄이었다.
‘네이버웹툰’ 역사의 산증인…트렌드 변화와 함께 역사 속으로
‘마음의 소리’는 오랜 연재 기간만큼이나 한국 웹툰 역사에 여러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총 누적 조회수 70억, 누적 댓글 수가 1,500만 건에 달하고 5,045일이라는 웹툰 연재 최장수 기록도 세웠다. 2006년 9월 8일 연재 시작 이후 2018년 작가의 건강상 이유로 5개월 정도 쉬어 간 것을 빼면 단 한번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네이버 공무원’이란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조 작가는 웹툰계의 후발주자였던 네이버웹툰을 안착시킨 1등공신이기도 했다. 조 작가 연재 초기만 해도 강풀, 윤태호 등이 연재하던 ‘다음 만화 속 세상’이 더 앞서 있었다. 조 작가의 등장으로 네이버웹툰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거기다 ‘억대연봉’을 공개하며 ‘만화가는 배고픈 직업’이라는 편견도 없앴다. ‘마음의 소리’ 연재기간 동안 한국 웹툰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웹툰 작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늘어났고 관련 학원이나 학과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의 소리' 연재 종료 또한 한국 웹툰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따른 것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다양한 영화ㆍ드라마가 제작되면서 웹툰의 트렌드 자체가 ‘일상성’보다는 다양하게 변용할 수 있는 ‘서사성’으로 옮겨갔다. 스튜디오N(네이버웹툰), 레진엔터테인먼트(레진코믹스), 메가몬스터(카카오M) 등 웹툰 플랫폼들은 아예 자사 웹툰을 활용하는 드라마 제작사를 따로 설립할 정도였다.
홍난지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교수는 “웹툰 플랫폼들이 만화를 넘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자리잡으면서 자연스럽게 개그나 일상보다는 영화, 드라마, 게임으로 확장가능한 서사성 강하고 스펙터클한 작품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웹툰 시장 트렌드 변화와 함께 ‘마음의 소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지만, 한동안 ‘마음의 소리’를 기리는 움직임은 계속될 예정이다. 연재 종료와 동시에 동료 작가들의 축전과 굿바이 영상이 포함된 이벤트 페이지는 물론, ‘다시 보는 레전드 모음’ 서비스까지 제공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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