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희(34ㆍ한화큐셀)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한 물 간 선수로 여겨졌다. 서른을 넘긴 데다 2009년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서 한동안 정상에 서지 못했다. 그러던 2017년 LPGA 스윙잉 스커츠 타이완에서 8년만의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을 알린 그는 이듬해 기아클래식, 지난해엔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정상에 서며 3년 연속 우승을 기록하며 제2의 전성기를 선언했다. 이젠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다. LPGA 내 한국선수들은 물론 KLPGA 선수들 가운데서도 최고령이지만, LPGA에서 거둔 5승 가운데 3승을 30대 들어 거둔 그는 후배들로부터 ‘롱런의 표본’으로 여겨진다.
지난 29일 서울 엑스골프 논현점에서 본보와 만난 지은희는 서른을 넘겨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춘 비결을 묻자 “쉼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달아서”라고 했다. 지은희는 “LPGA 진출 후 미국 선수들이 30대 중반을 넘겨서도 선전하는 이유를 살펴보니, 한국 선수들과 달리 훈련과 일상의 구분이 확실한 점이 눈에 띄었다”며 “어릴 때부터 골프에만 매달려 온 나를 돌아보고 휴식시간을 늘려보니 골프가 더 재미있어졌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우승을 물으면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 대신 대만에서 2017년 거둔 스윙잉 스커츠를 꼽는 이유도 여기 있다. 8년 만의 무승 고리를 끊은 기쁨도 크지만, 새로운 골프인생을 맞은 뒤 거둔 우승이라 더 기뻤다는 게 그의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국내에 머무르고 있는 요즘도 정해 둔 훈련시간을 소화한 뒤엔 자전거를 타거나, 그간 ‘만나자고 노래만 불렀던’ 지인들과 시간을 갖는다. LPGA 진출자 가운데서도 유독 한국 오는 횟수와 시간이 적은 선수로 꼽혀온 그는 “2008년 LPGA 진출 이후 가장 오랜 시간 한국에 머물고 있다”며 “4월에 입국해 2주간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드라마도 실컷 보고, 아이스크림까지 배달되는 한국의 배달 시스템에 감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스윙이나 퍼팅연습도 놓진 않았다.
한창 상승세를 달리던 시기 코로나19 탓에 시즌이 중단된 게 야속하진 않았는지 묻자 지은희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더 오래 골프선수로 살아가기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며 “특히 스윙 자세를 바꾸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터라 국내에서 충실히 레슨을 받아가며 온전한 내 스윙으로 만드는 중”이라며 “고향인 경기 가평시 인근 골프장에서 실전 훈련도 충분히 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가평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한다.
국내를 평정한 뒤 미국 무대에서도 이루고 싶은 건 다 이룬 듯하지만, 지은희는 “한 번도 못해본 LPGA 상금왕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목표를 내뱉어놓곤 “정말 어려운 목표 같다”며 웃던 그는 “2000년대생 선수들도 워낙 잘 하고 있어 나 또한 지금보다 더 나아지려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지은희는 “체력은 기본이고, 페이드만 구사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드로우까지 익히는 등 샷에 대한 노력도 지속해야 후배들과 경쟁할 수 있다”며 “시대 흐름을 따라가는 선수로 살면서, LPGA 무대에 설 수 있는 한 계속 골프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6월 초 제주에서 열린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공동 17위를 기록하며 성적과 경기감각 점검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그는 오는 10일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에 출전한다. LPGA 개막 일정이 나왔지만 당장 미국에 갈 생각은 없다. 그는 “한동안 국내에 머물다 8월쯤 미국으로 건너가 ANA 인스퍼레이션 등 LPGA 출전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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