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의 ‘심장’ 세징야(31)가 진지하게 귀화를 고려하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그의 특별귀화를 허가해달란 게시글이 올라올 정도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세징야는 최근엔 귀화를 염두에 두고 인터넷 강의까지 수강하며 한국어를 배우는 데 열의를 보이고 있다.
세징야는 30일 구단을 통해 “귀화는 말 그대로 귀화”라며 “단순히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귀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단순한 한국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귀화라는 단어를 사용한 게 아니라, 귀화에 대해 스스로 의지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구단 관계자 역시 “(귀화가) 팬들의 바람인 줄 알았는데, 선수 역시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고 했다.
세징야가 정말 한국인이 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요건이 많다. 특별귀화를 통해 국적을 취득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특별귀화는 체육 등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유해 한국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되는 사람에게 허용되는 것으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10명이 이 방법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세징야 역시 우수한 능력을 보유했지만, 메달 획득 등 객관적 증빙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그가 국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2012년 대한체육회가 에닝요(39)의 특별귀화 추천을 두 차례나 거부했던 사례가 있어 현실성은 더욱 떨어진다.
다행히 일반귀화 요건은 채울 수 있다. 일반귀화는 국내 5년 거주, 한국어 능력, 국내 소득 기준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2016년 대구에 입단하며 한국 땅을 밟은 세징야는 내년 초 5년 거주를 꽉 채우게 된다. 문제는 한국어 능력이다. 일반귀화 신청 시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이수하거나 한국어능력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는 많은 시간이 필요해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세징야에게는 부적절하다. 그래서 세징야는 최근 본격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세징야는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 중이다”라며 “정말 어려워서,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세징야가 이 모든 관문들을 뚫는다면 태극마크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올 시즌 벌써 6골을 기록하며 대구의 공격을 책임지고 있는 세징야가 대표팀에 합류한다면, 대표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세징야는 거센 상대의 압박 상황에서도 흐름을 끊고 공격을 시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물론 파울로 벤투(51) 감독 눈에 드는 것이 가장 먼저이지만, 이 역시 세징야가 개척해나가야 할 길이다. 귀화선수 1세대인 신의손(60)을 비롯해 이싸빅(37) 등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 선수들은 꽤 있었지만, 대표팀으로 발탁된 적은 없다. 세징야는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태극마크를 다는 것은 영광스러울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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