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상 합의문 초안까지 나왔는데 30분 만에 결렬
‘극적 타결’이 점쳐졌던 21대 국회 원(院) 구성 협상이 29일 최종 결렬된 데는 “법제사법위원장 사수”를 끝까지 고수한 미래통합당 내 강경파 의원들의 비토가 결정적이었다.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법사위원장직을 놓고 당초 여야는 ‘전반기는 더불어민주당, 후반기는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맡는 것으로 잠정 합의한 뒤 합의문 초안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당내 강경파의 반발을 넘지 못하면서 합의에 실패했다.
이날 오전 10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양당 원내대표 회동은 불과 30분 만에 결렬됐다. 여야 원내대표가 나란히 합의문을 발표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먼저 의장실을 박차고 나왔다. 이어 주 원내대표가 “21대 개원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전날 3시간 30분 간 이어진 마라톤 협상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극적 타결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여야가 큰 틀에서 공감한 합의문 초안에는 △전반기 법사위원장은 원내 1당, 후반기는 해당 시점의 집권 여당이 맡는 안 △전체 상임위원장은 민주당 11개, 통합당 7개로 배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국정조사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 수수 사건 관련 법사위 청문회 실시 등이 담겼다. 통합당 입장에서는 상반기 법사위원장직은 내주지만 후반기 법사위원장 탈환 가능성을 열어둬 ‘명분’을 챙길 수 있었다. 여기에 ‘윤미향 국정조사’와 ‘한명숙 청문회’라는 실리까지 챙길 수 있는 카드였다. 실제 주 원내대표도 이 같은 안에 대체적으로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이날 협상 결렬 이유에 대해 “법사위원장을 후반기 2년이라도 교대로 하자는 요구를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2022년 대선 결과에 맡기는 것은 국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할 수 없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2022년 집권 여당’이 아닌 ‘통합당’이 맡는다고 명시해야 했는데 이를 관철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통합당 관계자는 “주 원내대표가 통합당 의원들과 두루 접촉해 가합의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는데 ‘법사위를 사수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거셌다고 들었다”며 “내부적으로 반대가 거세 밀어붙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민주당과 통합당은 지난 26일 회동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집권 여당이 가져가는 안’에 대해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가 당내 의견을 구하기 위한 시간을 요구하면서 합의는 미뤄졌고, 주말 사이 의원들과 접촉해 설득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이다.
이날 통합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강경한 분위기가 주로 감지됐다. 3선인 조해진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법사위원장을 반으로 쪼개 전반기는 여당이, 후반기는 야당이 맡도록 하는 안은 의미가 없다”며 “여당이 2년 간 (공수처 출범 등) 우리가 우려하는 것들을 다 처리해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몫 국회부의장 선출이 유력했던 5선 정진석 의원도 “전대미문의 반민주 의회 폭거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국회부의장은 안 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반대도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그간 "법사위를 빼앗기느니 차라리 18개 상임위원장을 포기하자"고 주장했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협상 결렬과 관련해 "협상권(주호영)과 결정권(김종인)을 달리하는 통합당 구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주 강원 고성 화암사 회동 직후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을 찾아간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는 이날 '김종인 개입설'과 관련된 질문에 "당내 많은 여러분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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