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수요 예년 수준 회복 힘들 듯
"현 상황 계속되면 200여 곳 파산"
미국 셰일원유 업계의 대표주자 격인 체서피크에너지가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요가 줄면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폭락함에 따라 부채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당분간 석유 수요가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많아 미국 셰일업체 파산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체서피크는 28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휴스턴 파산법원에 연방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더그 롤러 최고경영자(CEO)는 "고질적인 재무 취약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 구조 및 사업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체서피크는 1989년 설립돼 셰일가스 개발 기술을 주도하며 한 때 미국 내 천연가스 생산 2위에 자리했지만 코로나19의 충격을 뛰어넘지 못했다.
WSJ에 따르면 체서피크는 1분기에만 적자가 83억달러(약 9조9,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현재 95억달러(약11조4,000억)였던 부채가 3개월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26일 기준 시가총액은 1억1,600만달러(약 1,400억원)로 최고치였던 2008년 380억달러(약 45조7,000억원)의 0.3%에 불과했다. WSJ는 "코로나19가 촉발한 원유ㆍ가스 가격 폭락이 장기간 채무에 시달려온 체서피크에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산 탓에 석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미국 원유업계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4월 둘째 주 미국 휘발유 수요는 (코로나19) 이전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경제가 재개된) 6월 둘째 주에도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고 전했다. 경제 재개로 석유 수요가 기지개를 켜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톰 클로저 IHS마킷 글로벌에너지분석책임자는 "스포츠 행사가 취소되고 실업률도 아직 높은 상태"라며 "가을에 닥칠 수 있는 2차 대유행을 감안할 때 예년의 수요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셰일업체의 줄도산은 불가피해 보인다. 석유업계 전문매체인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최근 서부텍사스 원유(WTI) 선물가격이 배럴당 40달러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100달러를 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는"올해 들어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이 30% 이상 하락했다"며 "현 수준으로 가격이 유지된다면 셰일업체 200여곳이 2년 내에 파산할 것"이라고 전했다.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35달러선에 머문다면 미국 대형 셰일업체의 30%는 기술적 파산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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