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자문단과 다른 결론 땐 검찰 타격ㆍ사회 혼란
종합편성채널 채널A 이모 기자와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 한동훈 검사장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 측에 여권 인사 비리 폭로를 압박했다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 판단을 받게 됐다. 대검찰청이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하기로 한 데 이어 수사심의위까지 열리면서, 같은 사건을 두고 두 기구가 서로 다른 결론을 낼 가능성마저 생겼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이날 오전 부의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전 대표 측이 강요미수 피해자 자격으로 신청한 수사심의위 소집 안건을 가결했다. 수사심의위는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 수사 과정의 적정성을 심의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수사의 계속 여부나 기소ㆍ불기소 여부 등을 판단해 권고할 수 있다. 26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정승계 의혹' 수사심의위는 검찰에 '불기소 및 수사 중지' 권고를 내며 그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심의할 수사심의위 현안위원회는 다름달 중순쯤 열릴 전망이다. 이 사건은 비슷한 시기 자문단의 판단도 받을 예정이다. 윤 총장은 수사 과정을 두고 검찰 내부 이견이 있는 점을 감안해 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다. 문무일 검찰총장 때 만들어진 두 기구는 수사팀 외부 전문가들이 수사의 적정성을 판단해 권고를 내린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그러나 수사심의위가 검찰 외부 인사로만 구성되고 사건관계인도 신청할 수 있는 것에 반해, 자문단은 검찰 내부 인사도 참여 가능하고 수사팀과 대검 관련부서 건의 및 검찰총장 결정으로만 소집된다는 등의 차이가 있다. 두 기구가 한 사건을 두고 동시에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기구 동시 소집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은 검언유착 의혹 수사 과정에서 검찰 안팎에서 잇달아 잡음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강요미수 혐의가 성립되는지 등을 두고 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 수사팀과 이를 지휘하는 대검 사이에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자문단 소집이 결정되자 이 전 대표 측은 "자문단은 윤 총장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아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며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이 기자 측도 "검찰 수사가 공정하지 않았다"며 자문단 소집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낸 적이 있어 검찰 수사를 두고 피해자와 피의자 양측이 서로 다른 외부 기구 판단을 요구하는 모양새다.
수사심의위와 자문단이 똑같이 기소 또는 불기소 의견을 내면 수사팀과 윤 총장은 이를 존중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정반대 결과가 나올 경우 사건은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선 검찰청 시민위원 경험이 있는 한 법조계 인사는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기소독점권의 남용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두 제도는 모두 의의가 크지만 결과가 다르게 나올 경우 오히려 검찰 신뢰 회복이 아닌 사회적 혼란만 낳는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라며 "양쪽 모두 당사자 이익에 따라 제도를 남용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두 기구의 판단이 다르게 나온다면 그만큼 검찰의 공소유지가 어렵게 된다는 의미"라며 "그런 경우라면 최종 결정권자인 윤 총장이 죄가 안 된다는 확실한 판단을 내리고 책임을 지면 되는 일"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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