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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턱걸이 발의… 국회, 헌법정신 구현 의무 방기 말라

입력
2020.06.30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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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의원들이 29일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의원들이 29일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정의당 주도로 29일 발의됐다. 사회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하도록 한 게 주요 내용이다. 법안은 차별 금지 사유로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인종, 신체조건, 혼인 여부, 가족 형태, 종교, 사상, 정치적 의견은 물론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까지 20여가지를 포괄했다.

차별금지법 발의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도 주목하는 건, 17대부터 19대 국회까지 번번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은 채 폐기돼 왔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에선 의원 10인이라는 공동발의 요건을 채우지 못해 아예 발의 자체가 무산됐다.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한 채 좌초된 건 차별금지 사유 중 성 소수자와 관련한 조항 때문이다. 발의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은 보수 개신교계의 반발과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19대 국회 때도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문재인 대통령도 참여했지만, 결국 철회했다. 이번에도 대표 발의자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공동 발의 정족수 10인을 채우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정당을 불문하고 의원 300인 모두에게 동참을 호소하는 친전을 보냈지만, 같은 당 의원 6명을 제외하고 참여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2명, 열린민주당과 기본소득당 각 1명뿐이다. 이번에도 이 의원들은 항의 문자메시지와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을 구현하는 첫걸음이다. 그런데도 헌법기관이자 입법으로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가 특정 집단의 눈치를 보며 이 법안을 공론화하는 것조차 포기하는 건 책임 방기나 다름없다.

미래통합당에서도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차별금지법 발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지만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조항을 뺀 채 법안을 마련할 조짐이다. 차별금지법을 발의하면서 특정 소수 집단만 제외한다면,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차별을 조장하는 꼴이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여당 역시 논의에 적극 참여해 민주 진보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의 근간을 확실히 하기 바란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루는 건 차별에서 비롯되는 사회의 모든 폭력을 방관하는 일임을 21대 국회는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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