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때처럼 "안보 위협 장비 사용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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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화웨이 매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중국 최대 보안검색장비업체 뉴텍(Nuctech)을 유럽시장에서 밀어내기 위해 유럽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유럽시장 퇴출을 압박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안보 위협'을 이유로 내세웠다.
WSJ은 이날 미 국무부 내부 문건을 인용해 "미국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의 주도로 독일ㆍ그리스ㆍ헝가리ㆍ이탈리아ㆍ포르투갈 등 유럽 국가들에 뉴텍 장비를 쓰지 말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텍은 공항과 항만, 국경 등에서 승객과 화물을 검색하는 장비를 제조ㆍ공급하는 업체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아들인 후하이펑(胡海峰)이 한때 운영했고 지난해 중국 국영 원전회사인 중국핵공업집단공사가 뉴텍 모기업의 최대 주주가 됐다. WSJ은 "뉴텍은 사실상 중국 정부의 지원 하에 운영된다"며 "미국은 이들 장비를 통해 수집된 화물 목록, 지문 및 여권을 비롯한 개인정보가 데이터베이스화돼 중국 당국으로 넘어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은 뉴텍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늘리면서 서구 사회의 보안과 기업 활동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보안검색 시장은 77억달러(약 9조2,400억원) 규모로 뉴텍은 유럽 해상화물 보안검색 시장의 90%, 공항 화물 및 승객 보안검색 장비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유럽위원회의 독일 측 위원은 지난해 12월 "뉴텍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한 것은 EU의 전략적 인프라 기반을 통제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미 정부는 뉴텍을 유럽 시장에서 완전히 배제시키기 위해 그간 뉴텍 장비를 쓰던 국가와 자국 기업 간 계약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동맹국들이 미 국무부의 뜻대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국무부 5월 8일자 메모에 따르면 미 외교관들의 로비에도 불구하고 핀란드는 러시아와의 국경 관리에 필요한 화물 스캐너 업체로 뉴텍을 선정했다. WSJ에 따르면 핀란드 세관은 "뉴텍이 최저가를 제시했고 뉴텍을 거부할 안보상의 위협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미국은 비자면제 프로그램 불이익 등을 거론하며 일부 국가에 입찰 방식 변경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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