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법안 발의 정족수 10명 겨우 채워
13년간 6번 발의 됐으나 폐기 혹은 자진 철회?
'동성애 차별 금지'에 개신교계? 반대
민주당, 법안 처리 협조할지 '미지수'
‘너와 나의 차이가 차별로 변질돼선 안 된다.’ 차별금지법의 취지다. 13년간 6번 발의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차별금지법안이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다. 정의당이 29일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평등과 자유, 인권에 대한 사회 감수성은 어느 때보다 예리하게 벼려져 있지만, 국회가 발맞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회에 법안을 발의하려면 국회의원 10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정의당의 차별금지법안은 이 기준을 '겨우' 맞췄다. 176석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하지만, 민주당은 침묵 중이다. 개신교계를 비롯해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도 금지한다'는 조항을 극렬 반대하는 보수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는 탓이다.
차별금지법 잔혹사… 21대 국회는 끊을 수 있을까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 '성별ㆍ장애ㆍ나이ㆍ출신국가ㆍ출신민족ㆍ인종ㆍ국적ㆍ성적지향ㆍ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불합리한 차별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구제한다'는 게 골자다. 같은 내용의 차별금지법안은 2007년 17대 국회 때 정부 발의안을 시작으로 19대 국회 때까지 6차례 발의됐지만, 내내 국회에 묶여만 있었다. 4건은 국회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고, 2건은 발의자가 자진 철회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선 발의조차 되지 않았다.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재차 입법을 추진했지만 의원 10명의 동의를 채우지 못했다. 국회 관계자는 “10명 채웠다가 일부 의원들이 서명을 철회하는 바람에 발의가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표류하는 건 정치권이 '표냐, 모두의 자유냐' 사이에서 여전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동성애 옹호법’이라고 반발하는 보수 개신교계의 '표'를 무시할 수 없다는 논리다. 장혜영 의원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21대 국회는 일부 개신교단 압박을 두려워하며 시민들 사이에 이미 존재하는 합의를 외면한 과거 국회와 다르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장 의원이 주도한 발의 과정은 실제 험난했다. 정의당 의원 6명 전원과 권인숙ㆍ이동주 민주당 의원,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동참해 가까스로 10명을 채웠다. 최근 정의당 각 의원실엔 하루에 60통 이상의 항의 전화가 왔다고 한다.
정의, 민주당 참여 호소… 민주당 “취지 충분히 공감하지만…”
여론은 우호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올해 4월 22~27일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응답자의 88.5%가 ‘차별 금지를 법률로 제정하는 방안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국회 통과 전망은 그러나 여전히 밝지 않다. 차별금지법은 법률ㆍ정치ㆍ경제 등 사회 전반의 이슈와 관련돼 있어 국회의 여러 상임원회에에서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의회 권력을 장악한 민주당이 나서지 않으면 또 다른 잔혹사를 쓸 가능성이 크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께서 국가인권위원회와 여성부를 만들었고 노무현, 문재인 두 대통령께선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먼저인 나라’를 꿈꿨다”며 “민주화 세력의 자부심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압도적 국민 지지로 슈퍼여당이 된 민주당이, 국민의 88%가 염원하는 차별금지법 법제화에 책임 있게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내진 않았다. 동참에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어서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성차별, 인종차별 등을 금지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리가 있겠느냐”면서도 “성적 지향 부분을 문제 삼는 종교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수도권 초선 의원 역시 “지역구를 돌다 보면 진보적인 교인들도 완강하게 반대하는 기류"라고 토로했다. 미래통합당도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당 차원에서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