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손혁 키움 감독은 불펜을 보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손꼽히는 조상우(26)가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듬직한데, 조상우에 버금가는 또 한 명의 파이어볼러 안우진(21)까지 부상을 털고 복귀 신고를 마쳤다. 손 감독은 “시속 150㎞ 이상은 하늘이 준 속도”라며 안우진의 복귀를 반겼다.
올해 허리 부상 탓에 대만 스프링캠프를 소화하지 못하고 국내에 잔류한 안우진은 2020시즌 준비 과정에서 어깨에 통증을 느껴 재활이 늦어졌다. 이달 들어서야 2군에서 실전 피칭을 하며 조금씩 감각을 찾았고, 지난 23일 LG전부터 1군에 더 빨라진 광속구로 돌아왔다.
안우진이 복귀 첫날 찍은 직구 최고 시속은 155㎞, 최저 153㎞였다. 하루 휴식 후 25일 LG전에서 다시 마운드에 올랐을 때는 평균 153.7㎞를 찍었다. 두 번째 무기인 슬라이더는 평균 142㎞로 여전히 예리하고 빨랐다. 두 차례 등판 성적은 2이닝 퍼펙트다. 손 감독은 “그냥 좋은 투수”라고 했고, 안우진도 “생각보다 구속이 잘 나왔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안우진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복귀했다면 조상우는 마무리로 무게감을 과시했다. 목 담 증세로 12일 NC전 등판 이후 휴식을 취했던 조상우는 지난 한 주 동안 무려 네 차례나 마운드에 올라 세이브 4개를 쓸어 담았다. 25일 LG와 더블헤더 1~2차전에 연거푸 등장했고, 27~28일 KIA전에도 연투를 했다. 주 4회 등판에 피로가 쌓여 구위가 저하될 법도 했지만 조상우는 끄떡 없이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렸다.
2019년 키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끈 두 주역이 합체하면서 키움 불펜은 상대 팀 타자들에게 ‘난공불락’이 됐다. 조상우는 올해 11세이브를 거두면서 단 한 차례도 블론세이브를 기록하지 않았다. 10개 팀 마무리 가운데 블론세이브가 없는 투수는 조상우가 유일하다. 조상우와 1개 차로 세이브 1위인 원종현(NC)도 두 차례 블론세이브를 했다. 조상우에 앞서 등판하는 안우진은 올해 불펜 투수 중 가장 빠른 공을 뿌린다.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도 상대 타자를 충분히 압도하지만 커브, 체인지업도 가다듬고 있어 더 성장할 여지를 남겼다.
다만, 이들에게 ‘관리 야구’는 필수다. 매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기 때문에 손 감독은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등판 일정을 조절할 계획이다. 현역 시절 어깨와 팔꿈치를 한 차례씩 수술하고 일찍 은퇴했던 손 감독은 “아프면 아무 것도 못한다. 선수는 마운드에 있을 때 사람들한테 인정 받는다”며 “그냥 (선수 생활을) 오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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