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중간평가 격인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중도 성향의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 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참패했다. 최초의 여성 파리시장인 안 이달고 현 시장은 재선에 성공하며 대권주자 반열에 성큼 다가섰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치러진 지방선거 결선투표 직후 발표된 여론조사기관들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주요 대도시에서 녹색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제2의 도시 마르세유에서는 사회당과 녹색당 연합 후보인 미셸 뤼비올라가 집권당 후보를 10%포인트 차로 제치고 당선될 것으로 예상됐고, 제3의 도시 리옹과 스트라스부르, 보르도에서도 녹색당 후보의 시장 당선이 유력하다.
사회당 소속인 이달고 파리시장은 출구조사에서 압도적인 득표율로 경쟁자들을 제치고 개표 완료 전 승리를 선언했다. 재선 성공이 확정되면 예비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다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고 시장은 여론조사기업 해리스인터랙티브 출구조사에서 50.2%, 입소스 조사에서 49.3% 득표율을 보였다. 집권당 소속 아녜스 뷔쟁 전 보건장관은 두 조사 모두 3위에 머물렀다.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마저 남서부 해안도시 페르피냥에서 중도파 연합후보에 5%포인트차 앞서며 사상 최초로 인구 10만 이상의 자치단체 수장 배출을 눈 앞에 둔 상황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노르망디 르아브르의 시장선거에 출마해 58.8% 득표로 당선을 확정지었다. 프랑스에서는 헌법상 중앙정부 각료와 지방자치단체장의 겸임이 허용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3개월 연기됐다 이날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는 녹색당을 중심으로 한 중도좌파의 약진이 뚜렷했다. 중도파 소수정당인 민주독립연합(UDI)의 장크리스토프 라가르드 대표는 "마크롱 대통령에 맞서 좌파진영이 녹색당을 중심으로 새롭게 결집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중간평가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대통령실은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시베스 은디예 엘리제궁 대변인은 "우리 내부의 분열이 실망스러운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재선 도전을 염두에 둔 마크롱 대통령이 자신보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10%포인트 가까이 높은 필리프 총리를 전격 교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필리프 총리가 차기 주자로 부상하는 것을 막고, 이번 선거결과를 반영한 좌파 성향 총리를 내세워 국정쇄신의 기회로 삼을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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