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확산 우려 현실화에 개발 단계부터 선점 경쟁 치열
WHO '공공재' 강조하며 공동구매 추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아직 개발도 되지 않은 백신을 선점하려는 각국의 경쟁이 뜨겁다. 유망 제약사 후보물질을 입도선매하는가 하면 공동구매를 위해 일시 동맹도 결성한다. 겉으로는 모두가 '백신=공공재'라고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자국 우선주의'에 매몰되는 모습이다.
27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현재 15개 백신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중이며, 이 중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 연구진의 공동연구가 가장 앞서 있다. 이들은 항원을 만드는 유전자를 안전한 바이러스에 넣은 뒤에 인체에 주입하는 벡터(전달체) 백신을 개발 중이며, 7월에 안전성ㆍ효능의 최종 확인단계인 임상 3상을 거쳐 이르면 9월쯤 사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제약사 측은 이달 초 "연내 20억개 백신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시노팜과 미국의 모더나도 이르면 다음달에 임상 3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아직 백신 최종 개발까지는 난관이 산적해 있지만 자본력과 글로벌 영향력이 있는 선진국들은 이미 선주문을 마쳤다. 초기 공급량이 제한될 수밖에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최근 글로벌 재확산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영국은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9월까지 3,000만개를 포함해 총 1억명분의 백신을 우선 공급받기로 했고, 미국도 이 회사에 10억달러를 투자한 대가로 3억명분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포괄적 백신동맹'을 결성한 프랑스ㆍ독일ㆍ이탈리아ㆍ네덜란드는 최근 4억명분 확보에 성공했다.
이에 질세라 다른 나라들도 분주하다. 브라질은 기술이전을 통한 자국 생산량을 포함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억명분을 구매하기로 영국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임상시험 최종 결과와 무관하게 1억2,700만달러(약 1,530억원)를 '무조건' 투자하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일본도 아스트라제네카와 한창 협상 중이다.
초반부터 백신 확보 경쟁을 부추겼던 미국은 자국 업체인 모더나, 존슨앤드존슨 등과도 공급 계약을 이미 체결했다. 앞서 미국이 프랑스의 사노피, 독일의 큐어백 등 유럽 주요 제약사들에 자금 지원과 인수 제안 등을 통해 우선 공급권을 따내려 하면서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진 바 있다.
선진국들 간 백신 쟁탈전이 본격화하면서 정작 코로나19가 여전히 확산세인 저소득ㆍ중위국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보급하는 비정부 국제조직 세계백신면역연합(GAVI)는 "코로나19 백신의 개발ㆍ제조ㆍ조달ㆍ관리에 있어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이른바 '백신 민족주의'"라고 지적했다. 자칫 '돈'을 앞세운 경쟁으로 치달을 경우 상당수 저개발국이 백신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WHO와 GAVI,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등이 협력해 개도국과 의료진ㆍ노년층을 위해 내년 말까지 20억명분의 백신을 확보키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WHO가 주도하는 '공동구매'를 위해선 최소 180억달러(약21조원)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의 모금액은 34억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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