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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맨홀 질식사고 근로자 안전장비 갖추지 않아...또 '인재(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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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맨홀 질식사고 근로자 안전장비 갖추지 않아...또 '인재(人災)'

입력
2020.06.28 12:08
수정
2020.06.28 20:00
0 0

청소하러 들어갔다가 2명 숨져..2명은 의식저하
황화수소 허용농도 14배 측정…규정 안 지킨 듯

근로자 질식 사고가 발생한 대구시 달서구 한 재활용업체에서 27일 오후 119 구조대가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 대구소방본부 제공

근로자 질식 사고가 발생한 대구시 달서구 한 재활용업체에서 27일 오후 119 구조대가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 대구소방본부 제공

대구에서 맨홀을 청소하던 근로자들이 질식해 2명이 숨지고 2명은 의식이 희미한 상태다. 근로자들은 당시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규정을 무시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대구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42분쯤 대구시 달서구 한 자원재활용업체 맨홀에서 청소 작업을 하던 근로자 5명 중 4명이 쓰러졌다. 근로자 4명 중 1명이 먼저 들어가 쓰러졌고, 주변에 있던 다른 근로자 3명이 구조를 하러 들어갔다가 연이어 쓰러졌다. 이들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심정지 상태였던 A(56)씨와 B(49)씨 2명은 숨졌다. 나머지 C(49)씨와 D(46)씨는 의식이 희미한 상태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가 난 맨홀은 깊이 2m, 가로 2.1m, 세로 1.35m 크기로, 젖은 폐지 찌꺼기(슬러지) 등이 모이는 곳이다. 현장에는 40㎝가량의 슬러지가 쌓여 있었다. 업체 측은 이곳을 6개월에 한 번씩 청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이 사고 후 맨홀에서 잔류 가스를 측정한 결과 황화수소와 이산화질소, 포스핀 등이 허용 기준 농도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화수소는 허용농도 10ppm보다 14배 높은 145ppm, 포스핀은 허용농도 0.3ppm 보다 30배가 넘는 10ppm으로 측정됐다. 

근로자 질식 사고가 발생한 대구시 달서구 한 재활용업체 맨홀에서 소방대원이 잔류 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대구소방본부 제공?

근로자 질식 사고가 발생한 대구시 달서구 한 재활용업체 맨홀에서 소방대원이 잔류 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대구소방본부 제공?

황화수소는 한계량을 넘으면 강한 급성 중독과 함께 의식을 잃거나 호흡 마비를 일으킨다. 농도가 700ppm을 넘어서면 안전장비 없이 3초 정도만 노출돼도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핀은 썩은 생선 냄새가 나며 폐와 간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등 인체에 치명적이다.

산업안전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해가스가 발생할 수 있는 저장 탱크 안에서 작업을 하려면 먼저 탱크 안 산소농도를 측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공기 내 산소 농도가 15% 미만이면 질식사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9월 경북 영덕의 수산물가공업체에서 발생한 외국인 근로자 질식 사망사고도 근로자들이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고 지하탱크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현장에 출동하니 쓰러진 근로자 4명은 장화를 착용한 것 외 특별한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근로자들이 제대로 된 안전장비 없이 들어갔다가 질식해 쓰러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현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근로자 질식 사고가 발생한 대구시 달서구 한 재활용업체에서 27일 오후 119 구조대가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 대구소방본부 제공

근로자 질식 사고가 발생한 대구시 달서구 한 재활용업체에서 27일 오후 119 구조대가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 대구소방본부 제공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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