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로 불어나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자산 규모가 최근 2주 연속 축소됐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에서도 “자산 매입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며 조금씩 정상화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른바 ‘긴축 발작’이 발생했던 2013년의 교훈을 들며, 연준의 돈 풀기 정책이 급격히 방향을 틀지 않을 것이란 데 더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자산 규모 줄었지만 “긴축은 멀었다”
29일 금융권과 외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최근 연준의 보유자산 규모가 2주 연속 축소된 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준은 지난 23일 기준 보유자산 규모를 7조823억달러로 공고했는데, 이는 이달 9일(7조1,689억달러) 정점을 찍은 이후 2주 연속 감소한 것이다. 연준의 보유자산이 줄었다는 건, 채권 매입 등으로 시중에 풀던 유동성 규모를 이전보다 줄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자산 규모 축소의 원인은 연준 정책이 반대로 선회한 게 아니라, 지난 3월부터 각국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와프를 통해 공급한 달러가 되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5일 연준 자료에 따르면, 오히려 회사채 매입 등 부문별 금융 지원을 담당하는 특수목적법인(SPV)의 자산 매입 규모는 총 1,030억달러까지 늘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의 자산 규모가 연말에는 10조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시장이 연준의 통화완화 정책 지속을 자신하는 이유는, 연준이 섣불리 '정상으로의 회복'을 언급했다가 자칫 금융시장에 더 큰 충격을 야기할 수 있다는 학습효과가 한몫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연준의 통화정책과 증시의 움직임은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 왔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제 지침(포워드 가이던스)'이 도입되면서 증시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공개되는 발표문마다 요동치고 있다. 2013년 연준이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미 국채금리가 치솟았던 긴축 발작 사건이 대표 사례다.
미국 투자자문사 에버코어ISI는 “연준이 완화적 입장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즉각 2013년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당분간 연준이 제로금리와 자산매입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치솟는 부채 걱정에 "출구 준비해야" 경고
하지만 돈 풀기 정책은 부작용 때문에 무한정 지속될 수 없다는 점도 명확하다. 이에 각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서서히 통화정책 정상화 필요성을 암시하기 시작했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 영란은행 총재는 지난 22일 블룸버그 기고를 통해 “어느 시점엔가는 확대된 보유 자산 일부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결정자이기도 한 옌스 바이트만 독일 연방은행 총재도 이날 온라인 담화에서 "자산 매입으로 유로존 부실 국가를 계속 지원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발언이 곧바로 긴축 발작을 유발하지는 않았다. 당장 자산매입을 중단하겠다는 뜻은 아니고 ‘먼 훗날 언젠가’를 상정한 당위론에 가깝다는 게 시장의 해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연준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의 5조달러에 이르는 유동성 공급이 시장에 거품을 불러일으키면서 ‘좀비 기업’이나 부채의 과도한 확대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세계 중앙은행들의 모임인 국제결제은행(BIS)의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지난달 스위스 UBS은행이 주최한 비대면 포럼에서 “치솟는 부채를 고려하면 각국 중앙은행은 가능한 한 빨리 공격적인 정책에서 벗어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