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교도소 수감자, 같은 방 숨진 50대 폭행혐의에
“방치한 교도관들, 잘못 덮으려 가해자로" 주장
경북 포항교도소에서 50대 수감자가 숨진 사건을 두고 같은 방 20대 수감자와 교도소 측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20대 수감자는 50대 수감자의 몸상태가 위중했는데도 교도소 측이 방치했고, 잘못을 피하려 자신을 폭행 용의자로 몰아세운다며 억울함을 주장하고 나섰다.
포항교도소 수감자 A(28)씨는 지난 7일 가족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다. 같은 방에서 50대 수감자가 쓰러졌는데 자신이 그를 폭행한 것으로 지목돼 독방 형태의 조사실에 갇혔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편지를 통해 "(50대 수감자가) 4일 운동장에서 쓰러진 뒤 3일간 심하게 아팠는데도 교도관들이 '아픈 척 한다'며 약만 주고 방치했다"며 "병세가 악화돼 6일 외부병원으로 옮겨진 뒤에는 '환자 몸에 멍이 발견됐다'며 같은 방 수감자를 조사했고 나를 포함해 2명을 폭행범으로 몰아 세웠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를 폭행범으로 지목한 수감자는 자신의 주민번호도 외우지 못하는 정신지체 3급인데, 그의 진술만으로 독방인 조사실에 갇혔다"며 "쓰러진 수감자의 대소변까지 받아냈는데 가해자가 돼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50대 수감자는 8일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6일 외부병원으로 이송된 후 전문의 진료에서 '외상성 경막 뇌출혈 및 위장 출혈 의증'이라는 소견을 받았다.
A씨의 가족은 곧바로 변호사를 선임했다. 하지만 A씨의 변호사는 12일 오전 교도소에 전화로 첫 접견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A씨가 형이 확정된 기결수이고, 사건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였다. 교도소 측은 뒤늦게 같은 날 접견이 끝나는 오후 4시가 다 돼서야 입장을 바꿔 허락했다.
A씨 측 변호사는 "교도소 한 직원은 의뢰인과 모친에게 '언론 등 다른 데 알리는 게 좋지 않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며 "교도소 측이 변호사 접견을 제한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A씨의 지인은 그가 3급인 포항교도소에서 성실하게 지내 한 단계 더 나은 2급 교도소로 이송 대기 중인 상태였다며 A씨의 억울함을 함께 호소했다.
A씨 지인은 "젖먹이를 두고 감옥에 가 어떻게든 착실하게 생활해 빨리 나오려고 했다"며 "폭행전과가 있어도 누군가를 일부러 괴롭히고 때리는 성격은 아니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포항교도소는 지난 18일 설명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포항교도소는 "숨진 수감자는 운동장에서 쓰러진 후 스스로 일어난데다 상태를 묻는 직원들의 질문에 '괜찮다'고 했다가 6일 방에서 어지럼 증세로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며 "폭행혐의자 2명은 객관적인 증거와 참고인 진술을 바탕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폭행혐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음을 안내했다"며 "숨진 수감자의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항교도소는 숨진 수감자가 다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인 지난 5일 교도소 의료과장의 진료를 받았다고 했지만 그 이유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포항교도소 관계자는 "절차상 같은 방 수감자나 교도관이 진료요청을 하면 진찰을 받게 되나 자세한 경위는 더 알아봐야 한다"며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설명자료 외에는 답변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자신을 폭행범으로 지목한 장애인 수감자를 폭행한 혐의로 현재 조사실이 아닌 징벌방에 갇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교도소 측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