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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재용 기소 딜레마... 강행 땐 ‘권한남용 비판’ 안하면 ‘무리한 수사 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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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재용 기소 딜레마... 강행 땐 ‘권한남용 비판’ 안하면 ‘무리한 수사 자인’

입력
2020.06.26 19:57
수정
2020.06.26 23:4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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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영장 기각 이어 2차 판정패
심의위 권고 뒤집은 전례 없어 기소 부담?
유죄 보장 못해도 기소 강행 가능성도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관련 혐의에 대해 기소 타당성을 판단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 모습. 연합뉴스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관련 혐의에 대해 기소 타당성을 판단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 모습. 연합뉴스



26일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을 두고 외부 전문가 집단인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 기소는 부적절하고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권고 결정을 내림에 따라, 19개월간 진행된 검찰 수사는 막판에 최대 암초에 부딪혔다. 기소를 강행하면 "검찰권을 남용한다"는 일각의 비판을 피할 수 없고, 권고를 따르면 무리한 수사임을 자인하는 셈이어서 검찰은 곤경에 처한 셈이다.

이날 수사심의위에서는 의견 표명이 가능한 심의위원 13명 중 압도적 다수가 불기소 쪽에 손을 들어줬다고 한다. 특히 심의위원 중 상당수는 "이 부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사기적 부정거래) 입증이 어렵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19개월간 고강도 수사를 진행했던 검찰로서는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그 동안 삼성에 대해 50여 차례 압수수색하고 사건 관련자 110여명을 400여차례 소환조사했지만, 외부 전문가 집단 설득에서 삼성 측 논리에 밀리면서 결과적으로 과잉 수사의 책임 논란에 직면하게 됐다.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2연패를 당한 검찰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일선 수사팀부터 윤석열 검찰총장에 이르기까지 검찰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며 일치된 의견으로 삼성 수사의 정점인 이 부회장을 "기소해야 한다"고 결론 난 사안이라 검찰의 당혹감은 매우 크다. 이달 4일 구속영장 청구로 강한 기소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이 부회장 측이 만든 ‘막판 변수’인 수사심의위에서 제동이 걸렸고, 수사 정당성에도 흠집이 났다.

비록 권고적 효력만 갖는 수사심의위 결론이지만, 검찰이 이를 뒤집고 기소를 강행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됐다. 검찰이 문무일 검찰총장 때인 2018년 초 자체 검찰개혁 방안으로 수사심의위를 도입한 뒤로 8건의 심의 대상 중 불복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기소를 하더라도 법원에서 유죄를 받아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고, 검찰이 권한을 남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결정에 더해 '수사 중단'까지 권고함에 따라 이 부회장과 삼성에 대해 추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보강 수사 또한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수사팀과 지휘 라인이 수사심의위 개최 직전까지 이 부회장을 기소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만큼  이번 사례가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뒤집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중앙지검 고검 검사급 간부는 "기소 여부 등에 검찰 내에서 이견이 상당할 때 외부 판단을 받아보자고 수사심의위를 열어왔다"며 "기소 결론에 이견이 없던 이번 건은 전례와 다르다"고 말했다. 검찰이 개혁 방안의 하나로 도입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검찰이 아닌 핵심 피의자의 신청에 의한 결론이라 기소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의미다. 

난감해진 검찰과 달리 이 부회장과 삼성은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두 번 연속 판정승을 올리며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국정농단 사건 이후 또 다시 영어의 몸이 될 뻔 했던 이 부회장은 당장은 기소 위기를 벗어나며 기사회생했고, 추후 검찰이 기소를 강행하더라도 이번 수사심의위 결정을 발판으로 남은 법정 싸움에서도 불리하지 않은 승부를 펼칠 수 있을 전망이다.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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