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도쿄도지사 선거서 현 고이케 지사에 도전?
올림픽 취소ㆍ?코로나19 지원금 지급 등 정책으로 주목
‘일본의 노무현’ ‘정계의 풍운아’로 불리는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 레이와신센구미(令和新選組) 대표가 도쿄도(東京都) 지사에 출마하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다음달 5일 치러지는 도쿄도 지사 선거는 현직 고이케 유리코, 입헌민주당 등 야당 3당이 지원하고 있는 우츠노미야 겐지(전 일본변호사연맹 회장), 레이와신센구미의 야마모토 다로 3파전으로 압축된 상황인데요.
야마모토 대표는 제1공약으로 내년 7월로 연기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취소를 내걸었습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으로 1,400만명에 달하는 모든 도쿄도 도민에게 1인당 10만엔(약 11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는데요. 국내에는 앞서 “독도를 한국에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도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야마모토 유튜브 조회수 3만회 vs 고이케는 300회
일본 언론들은 현 고이케 지사가 이변이 없는 한 당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화조사 한 결과 고이케 지사가 다른 후보들을 크게 따돌렸다고 보도했는데요.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고이케 지사보다 더 눈길을 끄는 후보는 바로 야마모토 후보입니다.
실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만 놓고 보면 야마모토 후보의 인기가 고이케 지사를 능가합니다. 일본 매체 닛칸 겐다이는 최근 ‘야마모토 타로의 열쇠는 인터넷 전략, 동영상 재생에서 코이케 지사와 큰 차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는데요. 레이와신센구미의 트위터 팔로어수는 8만7,000명으로 코이케 지사(86만명)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동영상 재생 수를 보면 얘기가 달라지는데요. 연설이 끝나고 1시간 뒤 야마모토의 동영상 재생횟수는 3만회에 달하지만 코이케 지사는 316회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닛칸 겐다이는 그러면서 온라인 전략이야말로 야마모토 후보의 특기라고 전했습니다. 야마모토는 유세장에서도 “기본적으로 초상권이 없다. 마음대로 찍고 SNS에 올려달라”며 온라인 입소문을 호소했다고 하는데요. 프리랜서 정치 저널리스트 스즈키 데쓰오(鈴木哲夫)는 “레이와신센구미는 참의원 선거에서 거리 연설과 온라인 전략을 잘 조합해 약 230만표를 얻었다’며 “온라인 전략만 놓고 보면 고이케 진영보다 야마모토 진영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은 확실하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물론 온라인을 중심으로 야마모토가 야당 표를 뺏는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스즈키는 “야마모토는 우츠노미야 표를 뺏으려는 게 아니라 무당파 층을 끌어내는 게 목적”이라며 “잠자고 있는 표를 끌어낼 수 있다면 다가올 총선에서 야당 공동 협력의 이점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서른일곱 배우가 반 아베 선봉에 나선 이유
야마모토 후보의 이력은 화려합니다. 일본 영화 ‘배틀로얄’과 재일 한국인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영화 ‘고(Go)’, 한국 영화 ‘역도산’과 ‘마이웨이’ 에도 출연한 배우 출신 정치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그가 2011년 서른일곱 나이에 뒤늦게 정치인으로 변신한 것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사고 직후 트위터에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는데 정치권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히면서 연예 활동에 제약을 받자 아예 탈원전 운동을 시작하면서 정치권에 뛰어들었습니다. 2013년 참의원 선거 당시 도쿄 선거구에서 당선해 파란을 일으켰다고 하고요.
그 이후 돈키호테 저리 가라 할 만큼 파격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참의원이 된 직후 2013년 10월 헤이세이 일왕(아키히토) 부부가 고쿄(皇居·황거)에서 주최한 가든파티에 참석해 원전 피해의 실상을 알리는 편지를 직접 전달했다가 우익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고요. 2015년 9월에는 아베 정부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안보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고 하자 국회에서 상복을 입고 투표함을 향해 무려 6분 동안 느릿느릿하게 걷는 ‘우보(牛步ㆍ소걸음)’ 전술을 펼쳤습니다.
지난해 참의원 선거 때는 레이와신센구미를 창당해 무당파 유권자를 대거 흡수하며 돌풍을 일으켰는데요. 당시 중증장애인을 비례대표 1, 2번으로 배치해 국회에 입성시켰지만 정작 자신은 비례대표 3번을 택해 99만여표를 얻고도 낙선했습니다. 이는 역대 참의원 비례대표 선거사상 최다득표 낙선 기록이었죠. 때문에 본인은 낙선했지만 선거에서 가장 주목 받은 인물이 야마모토 다로라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입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야마모토 타로가 고이케 지사를 이긴다면 도쿄뿐만이 아니라 일본 전체가 큰 영향을 받을 것이 확실시된다”며 “야마모토 타로가 극우가 주도하는 일본 정치를 바꿀 수 있는 희망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초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탄탄한 조직도 없는 다로가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은 데 대해 “세상에 대한 불만이나 불안의 ‘대변자’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볼 수도 있는 이번 선거에서 야마모토 후보가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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