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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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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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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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내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첫 글을 적은 것은 2003년 9월이었다. 스물한 살의 나는 "오늘도 감사한다. 내가 겪고 있는 사실이 정말로 사실이어서. 내가 정말로 나라서"라고 끝나는 글을 적었다. 불특정한 고마움에서 자아의 혼란으로 이어지는 이상한 문단이었다. 그 글이 온라인에 작성한 첫 글은 아니었다. 중ㆍ고등학교 시절 PC 통신에 나는 많은 글을 끄적여 왔다. 추억을 뒤로하고 새로 찾은 플랫폼이 싸이월드였고, 그 또한 하나의 종말과 또 다른 시작이었다.

그 뒤로 싸이월드의 시대가 찾아왔다. 나는 많은 것을 그곳에 적기 시작했다. 나만의 언어로 인생을 기록하는 사람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오래도록 일기장이자 사진첩이자 습작 노트이자 나 자신이었다. 2015년 9월 마지막 글을 올릴 때까지 기록은 꾸준하게 이어졌다. 정확히 12년간 나는 시 197편과 일기 1,013편, 사진 수백 장을 그곳에 남겼다. 그리고 한 시대가 끝났음을 깨달은 나는 그곳을 떠났다.

근래 싸이월드가 폐쇄된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미니홈피를 찾았다. 내가 남겨놓은 나를 갈무리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시기별로 달라지는 나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온라인에서 우리를 대체했던 '아바타'처럼, 나는 그 공간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기록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스물한 살 의대생에서 서른셋의 응급의학 전문의가 되어간다. 그동안 계속 그는 시인 지망생이었으며, 경험한 많은 것을 나름대로 시의 언어와 가깝게 기록했다. 그는 학습량에 괴로워하거나, 방학 동안 대륙 횡단을 떠나거나, 어떤 수업이나 술자리, 단상을 기록하거나, 철학에 심취하거나, 정신과학을 접하고 충격에 빠지거나, 수학하는 외국어로 일기를 쓰거나,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연인과의 이별에 위태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솔직히 현재 시점에서 잘된 글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 기록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부끄러웠다. '나만의 언어'란 다분히 자의적인 것이라, 당시에도 현대시의 난해함만 계승한 의대생의 기록은 주변 사람을 안타깝게 했다. 하지만 그는 꿋꿋했으며 그 또한 실재하던 나였다. 일기장에는 "기록 없는 추억은 추측에 불과하다"는 말 또한 적혀 있었다. 그는 기록을 쌓아 자신을 구축하려는 것 같았다. 결국 한 시대를 마치자 나는 많은 자아를 보유한,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추억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그 뒤에 그 글은 각색되고 다듬어져 작가가 된 내 책에 많이 섞였다. 내 첫 책의 첫 문장 "나는 분명히 죽으려 한 적이 있다" 또한 그 안에 적혀 있었다. 절대적으로 그가 있어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다.

PC통신이 영원히 사라진 것처럼, 싸이월드의 시대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또 모든 것을 기록하는, 젊고 성장하는 나도 다시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영원 또한 없다. 대신 우리는 영원을 자주 논한다. 연인인 우리도 "당신과 영원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고, 여행에서 기막힌 경치를 보는 나도 "이곳에서 영원히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연인과 나는 조금씩 변하고, 결국 우리는 집으로 돌아온다. 기약은 정해진 것처럼 사라지고, 영원은 언어나 감각 속에서만 존재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일부는 계속 죽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보는 화면과 사용하는 물건과 사랑하는 사람 모두가 언젠가는 변하거나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나아간다. 우리는 추억을 적고 남겨놓고 잊어버리면서 또 다른 내가 되는 존재다. 나는 그 공간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듣고, 애석하면서도 애석하지 않았다. 그는 어차피 한 번은 죽어야 했으니까. 그 때문에 나는 지금의 내가 되었으니까. 나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남겨놓고 또 잊어버리면서 죽음까지 나아갈 것이니까.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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