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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부시장 수락 홍의락 전 민주의원 "더 이상 물러설 길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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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부시장 수락 홍의락 전 민주의원 "더 이상 물러설 길 없었다"

입력
2020.06.2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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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도시락 회동서 제의받아

[대구시 경제부시장 자리를 제의받은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전 의원이 25일 오후 대구 동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시당위원장 현안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대구시 경제부시장 자리를 제의받은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전 의원이 25일 오후 대구 동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시당위원장 현안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전 국회의원이 대구시 경제부시장직을 수락했다. 이달 초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경제부시장 자리를 제안 받은지 한 달여 만이다. 대구에서 미래통합당 시장에 더불어민주당 출신에 전직 국회의원이 경제(정무)부시장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전 의원은 이날 본보 통화에서 "지난 2일 권영진 시장과의 도시락 회동에서 대구 지역 현안에 대해 논의하던 도중 권 시장으로부터 경제부시장직을 제의 받았다”며 “한 시간 반 정도 대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당황스러웠지만 더 이상 도망갈 수 있는 길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홍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저를 내려놓으려 한다. 저로 인해 시민들이 위로 받고 용기를 얻고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며 "권영진 시장의 대구시 경제부시장 제의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구가 처해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개인의 미래를 셈하는 여유는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수락 이유를 밝혔다.

지난 15일 이승호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사의 의사를 밝힌 것도 홍 전 의원에게 부시장 자리를 제안한 것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전 부시장은 당시 "민선 7기 후반기에 접어드는 상황에 대구시가 새로운 활력을 찾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물러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힌바 있다.

이 전 부시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여겨졌지만 권영진 시장은 고려대 동문인 홍 전 의원이 그 동안 지역 현안에 대해 앞장서 왔었고, 대구에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민주당 인사가 많지 않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홍 전 의원이 20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지역 예산 확보와 현안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도 한 몫했다.

홍 전 의원이 부시장직 제안을 수락하기까지는 한 달여가 걸렸다. 부시장직을 수락하면 민주당 당적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또 전직 국회의원이 임명직 부시장으로 가는 것은 급이 많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민주당 대구시당 한 관계자는 "전 국회의원이 그것도 당적이 다른 시장의 밑으로 간다는 것이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다"며 "홍 전 의원이 각계 의견을 수렴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대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전멸한 상황에서 대구시민들의 당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걷어내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홍의락 전 의원의 경제부시장 행에 찬성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이재명 지사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홍의락 전 의원의 경제부시장 행에 찬성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이재명 지사 페이스북 캡처


민주당 내 홍 전 의원의 경제부시장 행에 긍정적인 기류도 한 몫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4일 자신의 SNS에 “미래통합당 권영진 대구시장의 당과 정파를 초월한 결단에 박수를 보내며 홍 전 의원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며 “정당정치를 하는 민주주의국가에서 정당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와 국민"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또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대연정은 시대를 너무 앞서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 정신은 옳았고 언젠가는 실현되어야 할 소중한 가치"라며 "소신이 뚜렷한 홍 전 의원이 권 시장과 함께 화합시정으로 진정한 협치와 연정의 큰 성과를 만들어 보여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한편 홍 전 의원은 25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현안 보고 및 간담회에서 은연중에 수락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일을 하고 안 하고 문제가 아니라 일을 하기 시작하면 그 결과가 있어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구가 가진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을 서로 묶어낼 수 있는지 없는지, 어느 정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의락 의원은 1974년 고려대 농업경제학과에 입학해 학생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1992년부터 독일 식음료생산설비업체 크로네스 한국지사인 크로네스코리아 대표를 맡으며 유망 기업인으로 주목 받기도 했다. 이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처음 국회에 입성해 정치와 연을 맺은 홍 전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컷오프’ 대상으로 지목돼 공천에서 탈락했다. 홍 전 의원은 이에 불복해 민주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대구 북구을에서 당선되는 저력을 보였다. 당선 이후 홍 전 의원은 당시 “민주당에 대한 섭섭한 마음이 있지만 대구가 어두운 구시대 정치 본산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며 다시 당으로 복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총선에서는 양금희 의원에게 패해 낙선했다.

대구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초토화된 지역 경제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문제 등 많은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만큼 신임 경제부시장으로써 시장과 발맞춰 지역 경제를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조되고 있다.

대구시 정기 인사는 다음달 1일이다. 홍 전 의원 취임하면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업무에 돌입한다. 다음 달 20일 예정된 대구시와 민주당 간 예산정책 협의회에도 대구시 대표로 나서게 된다.

홍 전 의원은 “권 시장과 소통하면서 대구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모색할 것”이라며 “지역 현안과 업무 파악을 통해 중심을 잡고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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