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에 도둑맞은 신흥사 불화, 66년 만에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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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통에 도둑맞은 신흥사 불화, 66년 만에 돌아온다

입력
2020.06.2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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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美LA카운티박물관, 반환 합의

1954년 미국으로 유출된 지 66년 만에 속초 신흥사로 돌아오는 '영산회상도'.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한국전쟁 직후 도둑맞아 미국으로 반출됐던 강원 속초시 설악산 신흥사 불화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가 66년 만에 돌아온다. 완성도가 높고 추가 연구 필요성도 있어 보물 같은 국가지정문화재가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평가다.

대한불교조계종은 한국전쟁 70주년을 기념, 최근 미 ‘LA카운티박물관’(LACMA)과 1954년 유출된 신흥사의 ‘영산회상도’ 1점과 ‘시왕도’ 3점을 원래 주인 신흥사가 돌려받기로 합의했다고 25일 밝혔다.

조계종에 따르면 신흥사 영산회상도는 1755년(영조 31년) 대웅전 목조아미타삼존불좌상(보물 제1721호)의 후불화(後佛畵ㆍ불상 뒤에 거는 불화)로 쓰려고 그린 가로 406.4㎝, 세로 335.2㎝ 크기의 초대형 불화다. 현존하는 강원 지역 후불화 가운데 제작 시기가 가장 이른 데다, 크기나 화격(畵格) 면에서도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수작이라는 게 중론이다. 2007년에 LACMA가 보유한 영산회상도의 원소장처가 신흥사라는 사실을 화기(畵記)로 확인했던 정우택 전 동국대 교수는 본보 통화에서 “강원 사찰 후불화 치고는 드물게 규모가 크고 워낙 질이 좋은 그림인데도 이력이 잘 알려진 화사(畫師ㆍ화가)가 아니어서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며 “아주 특이하거나 희소하지는 않지만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은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석가모니가 영축산에서 제자들에게 설법하는 장면이 담긴 이 불화는 전후 혼란기인 1954년 6~10월에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해 5월 미군 통신장교 폴 팬처가 찍은 사진에서는 불화가 제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같은 해 10월 미군 해병대 중위 리차드 락웰이 촬영한 사진은 그림이 사라져 보이지 않는 상태다.

수십년간 행방을 알 수 없던 영산회상도가 모습을 드러낸 건 1998년이었다. 여섯 조각으로 잘린 데다 오랫동안 말려 있어 전시가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그림을 당시 LACMA가 구입했다고 한다. LACMA는 많은 미국인에게 한국 불교 문화를 알리려 복원을 결정했고, 2010~11년 국내 보존 처리 전문가인 용인대 박지선 교수가 정재문화재연구소와 함께 보수 작업을 진행해 불화를 다시 살려냈다.

 '영산회상도'와 함께 내달 속초 신흥사로 돌아오는 '시왕도'.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영산회상도와 함께 3점이 돌아오는 시왕도는 1798년(정조 22년) 가로 124.4㎝, 세로 93.9㎝ 크기로 제작됐다. 사람이 죽은 뒤 심판 받는 곳인 명부(冥府)에서 죽은 자의 죄업을 따지는 10명의 대왕을 그린 그림이 시왕도다.

이번 환수는 무상 기증 방식이다. 10년 넘게 종단이 박물관 측을 설득했다고 한다. 조계종은 “LACMA의 한국 문화재에 대한 애정과 보존 노력이 없었다면 영산회상도는 지금까지 온전하게 보존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신흥사의 영산회상도와 시왕도는 내달 중 한국으로 반환될 예정이다. 조계종은 8월 환수 고불식을 봉행할 계획이다. 고불식은 환지본처(還至本處ㆍ본래 자리로 돌아감)를 부처님에게 고하는 예식이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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