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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미국 컨트리 음악 밴드 딕시 칙스는 1989년 결성돼 지금까지 앨범 3,300만장을 팔았다. 부와 명성을 거머쥔 밴드지만 크나큰 위기를 겪기도 했다. 2003년 영국 런던 공연 중 리더 내털리 메인스가 이라크전을 지지할 수 없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부끄럽다고 말 한 게 화근이었다. 보수적인 농촌 백인 등 컨트리 음악 소비층을 중심으로 큰 반발을 불렀고, 딕시 칙스의 노래는 미국 컨트리 음악 전문 방송국에서 한동안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 딕시 칙스의 설화는 컨트리 음악계에 불문율 하나를 만들었다. 정치적 발언, 특히 공화당 정치인을 비판하는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유명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금기를 깼다. 2018년 미국 중간선거 당시 자신이 거주하는 테네시주에서 여성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는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민주당 후보 지지를 공개 선언하면서다. 이후 스위프트는 정치사회적 발언을 꺼리지 않는다. 그는 성추행 피해 관련 재판을 치르며 사회와 정치 변화에 눈을 떴다고 한다.
□ 스위프트는 컨트리 음악에서 팝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지만 컨트리 음악에 대한 애정이 여전히 남다르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나고 자란 그는 12세 때 컨트리 음악의 성지인 테네시주 내슈빌로 옮아갔다. 하루라도 더 빨리 컨트리 음악인으로 살고 싶어 택한 이주였다. 컨트리 음악 팬들이 싫어할 만한 언행을 마다 않는 스위프트의 행보는 매번 눈길을 끌 만하다. 그는 ‘스톤월의 날(1969년 미국 동성애자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인 날)’을 맞아 26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과 함께 성소수자들을 위한 연설을 할 예정이다.
□ 스위프트의 행보는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조앤 롤링과 대조적이다. 롤링은 최근 트랜스젠더(성전환) 여성에 대한 혐오 표현으로 도마에 올랐다. 롤링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의 주연배우 에디 레드메인까지 롤링을 비판하고 나섰다. 파장이 커지자 롤링은 과거 성폭행당했던 일을 밝히며 트랜스젠더 활동가가 여성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누군가는 자신의 상처를 계기 삼아 약자의 삶에 마음을 기울이지만, 누군가는 자신의 아픔을 근거로 소수자의 삶을 배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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