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엔 2023년, 채권엔 2022년부터 부과?
증권거래세는 0.15%로 단계적 인하

정부가 세제 합리화를 명분으로 슈퍼개미 등 금융 자산을 많이 보유한 부자들에 대한 '핀셋 증세' 칼날을 뽑아들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증세는 당장 추진하기 어려우니, 대표적인 비합리 조세 항목인 금융세제 개편을 통해 세수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비상경제 중앙대책 본부에서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모든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하나로 묶어 동일한 세율로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을 신설해 2022년부터 적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소득은 기존의 종합소득, 양도소득, 퇴직소득과 별도로 분류 과세되는 신설 세목이다. 정부는 모든 금융상품의 소득과 손실을 합산해 순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향후 내야 할 세금에서 깎아주는 이월공제 제도도 도입한다.
현재 비과세 중인 채권에는 오는 2022년부터, 소액 주주가 거래하는 상장 주식에는 2023년부터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정부는 다만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상장주식 양도소득은 연간 2,000만원까지 비과세 할 방침이다. 주식 양도소득세를 도입하는 대신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는 2년간에 걸쳐 총 0.1%포인트를 인하한다.
정부의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을 두고, 금융시장에서는 갈수록 악화되는 재정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사실상 금융 자산가에 대한 핀셋 증세에 나섰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증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2,000만원 이상의 차익에만 양도세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증권거래세를 폐지하지 않아 중장기적으로는 세수 증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실제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가 함께 걷히는 2023년부터 세수 확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해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릴 정도로 주식 투자의 큰 손으로 등장한 소액 투자자들의 주식 거래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로 일반 개미 투자자들의 주식 시장 참여는 더 확대될 수 있다.
정부는 2023년 주식 양도세를 도입하면 연간 2조1,0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증권 거래세율 인하에도 주식 거래량이 늘어날 경우 증권 거래세 세수는 2조원씩 줄지 않을 수 있다. 지난해 증권거래세 수입은 4조9,000억원에 달했다.
즉 거래세 세수는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국내 주식투자자 600만 명 중 연간 2,000만원 초과 차익을 낸 슈퍼개미 30만명에게 2조원 이상의 추가 세수를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현 시점에서 금융투자소득 도입에 따라 증가하는 세입만큼 증권거래세율을 낮추도록 설계한 것"이라며 "2022년 이후 소득세수의 증가분이 더 커지는 경우 거래세의 추가 인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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