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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피보팅(Pivoting)

입력
2020.06.26 04:30
수정
2020.06.26 09:3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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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 얻기 위해선 미리 대비해야

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이동걸(오른쪽 여섯번째부터) 산업은행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영주 무역협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페어 '넥스트라이즈 2020, 서울'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이동걸(오른쪽 여섯번째부터) 산업은행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영주 무역협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페어 '넥스트라이즈 2020, 서울'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해외 곳곳을 다니며 다큐멘터리를 찍어 방송국 등에 납품하는 지인의 회사는 최근 비상 전략 회의를 가졌다고 한다. 당분간 해외 촬영이 쉽지 않으니 국내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집중 개발하자고 뜻을 모았다. 그렇다고 상황이 금방 나아질 리 없다. 그동안 해외를 주무대로 삼았던 콘텐츠 회사들이 너도나도 국내로 눈을 돌리고 있는 데다 국내에는 이미 수많은 콘텐츠 회사들이 있어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지인은 “코로나19가 독감처럼 잠시 왔다 갔으면 했지만 장기전이 될 것 같으니 사업의 무게 중심을 옮길 수밖에 없다”며 “이런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아 대안 찾기도 쉽지 않다”고 답답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의 걱정거리가 된 지 6개월째 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피보팅(Pivoting)’에 나서고 있다. 농구에서 공을 든 채 한 쪽 다리는 고정하고 다른 한 쪽 다리를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다음 플레이를 준비하는 것을 일컫는 이말은  기업이 기존 사업 모델이나 목표를 뜯어 고칠때도 쓰인다. 보통은 스타트업계에서 주로 사용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업종이나 규모와 관계없이 여러 기업에서 자주 듣는다.

너도나도 피보팅을 시도하지만 기업마다 상황은 다르다.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지역특화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스타트업 ‘자이엔트’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동안 이 회사는 가보면 좋을 곳을 소개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해 왔는데,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 어려워지고 국내 관광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여러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김정혁 대표는 “당장 이번 여름부터 사람들이 국내의 곳곳을 찾아 다닐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자체들로부터 지방 관련 정보를 활용한 마케팅을 의뢰받고 있다”고 전했다.

10년 전부터 각종 공연과 문화 행사를 기획해 온 이 회사는 지방을 주제로 한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봤다고 한다. 특히 사람들의 취향이 단순한 여행에서 ‘한 달 살기’ 같은 체험으로 옮아가는 흐름을 읽고 2,3년 전부터 도시 사람이 지방에서 일정 기간 머물 수 있는 체류형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충남 서천 한산마을에서 도시 청년을 대상으로 ‘삶기술학교’라는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고, 지역 특산물 마케팅이나 빈집 리모델링 등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준비를 거쳤기 때문에 남들보다 쉽게 피보팅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준비한 일정대로 무리하지 않고 사업 비중을 조정하고 있다”며 “상반기 예정된 몇몇 프로젝트가 미뤄져 대출을 좀 받긴 했지만 하반기에는 충분히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만난 벤처투자회사의 한 임원은 비대면, 원거리 기술 등을 기반으로 한 교육, 의료, 유통 분야와 지역 개발 분야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늘었다고 했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연구개발을 통해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노하우를 쌓은 노력의 결과가 빛을 보고 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라는 예상 밖 변수 때문에 대박과 쪽박이 갈린 것이라며 결국 운 때문이라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이 자금 유치 단계부터 기술과 비전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의 꼼꼼한 심사를 통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운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비대면, 원거리 기술은 코로나19로 속도가 빨라졌을 뿐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었고 이번에 기회를 얻은 기업들은 남들보다 먼저 대비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 하나. 정부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겪은 뒤 착실히 준비한 결과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K방역’이 전 세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업들도 ‘제2의 코로나19’가 찾아왔을 때 또 다른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5년 뒤를 내다보고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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