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국내에 기본소득 처음 소개하기도
국내 생태 운동의 선구자인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25일 오전 9시 별세했다. 73세.
고인은 한국 사회의 성장주의와 반생태적 가치관을 맨 앞에서 비판한 ‘녹색 사상가’였다. 생태주의 운동이 국내에 확산할 수 있도록 이론적인 토대를 구축했을 뿐 아니라 그 실천에도 적극적이었다는 평가다.
그가 1991년 11월 창간한 격월간 ‘녹색평론’은 최신호인 2020년 5ㆍ6월호(제172호)까지 결호 없이 30년 가까이 발간돼 오며 국내 생태 담론을 이끌어 오고 있다.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오늘날 생태학적 재난은 인간이 진보와 발전의 이름 밑에서 이룩해 온 문명의 위기”라고 지적하며 삶을 영위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 창간사는 유명하다.
최근 정치권에서 주요 의제로 부상한 기본소득은 2000년대에 고인이 국내에 처음 소개한 제도다. 지난해 펴낸 ‘근대문명에서 생명으로’에서 그는 지금처럼 경제 성장에 집착해서는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없는 만큼 기본소득으로 생계를 보장해 경쟁의 절박함을 줄여주며 성장과 공동체에 대한 성찰을 유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소농 체제로의 전환도 고인이 내놓은 대안이었다. 유한한 지구 자원으로 함께 살아가려면 재생 가능한 에너지 및 농촌 중심으로 생산 체제를 재편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기존 대의민주주의 대신 시민의회가 중요한 문제들을 결정하는 숙의민주주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1947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마산에서 중ㆍ고교를 나와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80년부터 영남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다 2004년 교직에서 은퇴한 뒤 녹색평론 편집ㆍ발간에 전념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녹색당 활동에도 참여했다.
저서에는 ‘시와 역사적 상상력’(1978),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1999), ‘간디의 물레’(1999),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2008), ‘땅의 옹호’(2008). ‘발언 I, Ⅱ’(2016), ‘대지(大地)의 상상력’(2019) 등이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태언 전 인제대 교수와 아들 형수(대학 강사), 딸 정현(녹색평론 편집장)씨, 며느리 도인선(효성중공업 과장)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3호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27일 오전 9시다. (02)2227-7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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