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조업 중이던 파노피 프런티어호
선원 30명 중 선장, 기관장 등 한국인만 납치
부산 선원 송출회사 현지 상황 파악 등 분주
서아프리카 베냉 앞바다에서 한국인 선원 5명이 24일(현지시간) 무장 괴한에 납치된 가운데 선원 송출회사인 부산의 피오마린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현지 상황 파악과 대책 마련으로 긴박하게 움직였다.
부산 중구 중앙동에 있는 피오마린 측은 25일 오전 6시 30분쯤 아프리카 가나 법인인 파노피 수산회사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통해 "피납됐다는 소식을 인근에 있는 선박으로부터 연락받았다"는 선원들의 피랍 소식을 전달 받았다. 피오마린 측은 사무실의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며 하루 종일 관련 대책 회의와 상황 파악 등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오마린 측은 현지에서 참치 조업을 하던 '파노피 프런티어호'에는 피납될 당시 한국인 5명, 가나인 25명 등 30명이 타고 있었다고 밝혔다. 무장을 한 괴한들이 스피드 보트를 타고 와서 해당 어선에 올라가 간부급 선원인 한국인 5명과 가나인 1명을 납치했다. 피랍 한국인 선원은 선장(61세), 기관장(56세), 1항사(50세), 1기사(50세), 갑판장(56세) 등으로 알려졌다. 함께 피랍된 가나인 선원은 한국인들의 음식을 조리하던 조리장이라고 피오마린 측은 설명했다. 괴한들은 금품 등을 노리고 한국인을 골라 납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피오마린 측은 "선원 가족 등에게 피랍 사실을 알리는 한편 관련 대책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피랍된 한국인 선원의 거주지는 부산 3명을 비롯해 인천과 광주에 각각 1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피오마린은 한국 선원을 송출하는 회사이며, 서울에 있는 선사가 가나 현지에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오마린 측은 "현지에서 무장괴한의 요구 조건 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면서 "피랍 사실을 전달받은 지 얼마 안 돼 현지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피랍 사건은 베냉공화국 남방 약 60해리(111㎞) 해상에서 선원들이 참치 조업을 하던 중 24일 오후 3시 40분쯤(현지시간) 스피드보트를 탄 괴한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발생했다.
외교부는 "납치 세력의 명확한 신원과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인 선원들의 안전 여부도 즉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납치된 6명을 제외한 나머지 24명은 모두 가나 국적으로, 파노피 프런티어호를 타고 가나로 귀항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해역은 원유운반선과 어선을 노린 해적들의 활동이 많은 곳으로 알려졌다. 작년 12월에도 어선 여러 척이 공격받는 과정에서 중국인 선원 4명이 억류되고 가봉인 선장 1명이 살해된 바 있다. 이번 한국인 납치도 이 해역에서 활동하는 현지 해적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외교부는 이날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공관에는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외교부는 우리 국민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국내 관계기관, 주재국 관계당국과 긴밀히 공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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