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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대마 사용 확대해 달라" 합법화 요구 높지만…

입력
2020.06.26 01: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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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용 땐 중독자 양산 우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위치한 대마초 판매점에서 직원이 재배 중인 대마초를 관리하고 있다. 콜로라도주는 2014년 1월부터 기호용 대마초의 판매와 구입을 허용했다. AP 연합뉴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위치한 대마초 판매점에서 직원이 재배 중인 대마초를 관리하고 있다. 콜로라도주는 2014년 1월부터 기호용 대마초의 판매와 구입을 허용했다. AP 연합뉴스



한국 사회에서 마약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벌어질 때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논쟁거리는 대마초 합법화 여부다. 미국과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일부 국가가 의료용에 한해, 아니면 기호용도 포함해서 ‘합법화’ 또는 ‘비(非)범죄화(형사처벌은 하지 않음)’하는 차이만 있을 뿐, 대마초를 수용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를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탓이다. 게다가 우루과이(2017년)와 캐나다(2018년)가 ‘전면 허용’을 택하면서 이런 주장은 더욱 힘을 얻었다.

그 결과, 한국도 1년여 전 일부 의료용 대마의 사용이 법적으로 허가되기 시작했다. 2018년 11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 지난해 3월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다만 치료 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대마 성분 의약품은 일단 4종으로 제한됐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일까지 대마 성분 의약품의 실제 처방 사례는 총 849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절대 다수인 847건은 중독성이 없는 대마 성분인 칸나비디올(CBD)이 들어간 의약품 ‘에피디올렉스’였다. 나머지 2건은 환각 효과와 중독성이 있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 성분과 CBD 성분이 함께 포함된 ‘사티벡스’였다. 현재로선 ‘안전한’ 대마 성분 위주로 처방이 이뤄지는 셈이다.

하지만 의료용 대마의 사용 폭을 더 넓히자는 요구는 여전하다. 지난 4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의료용 대마 사용 확대와 대마초 비범죄화’라는 청원 글이 대표적인 경우다. “CBD를 의사 처방 없이 건강기능식품으로 쉽게 구매하도록 해주고, THC 처방 가능 질병 범위를 확대하며, 대마초 사용자 처벌을 점진적으로 완화해 달라”는 내용이다. 총 1만3,973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강성석 한국의료대마운동본부 대표는 “지금은 특정 외국 제약회사의 일부 의약품만 허용하는데, 턱없이 비싼 가격에 환자 부담만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계기로 ‘마약으로서의 대마초’에 대한 빗장이 조금씩 풀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현재로선 대마 성분 의약품이 난치성 뇌전증 환자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처방되고 있지만, 그 범위를 더 넓힐 경우 약물 중독자를 양산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강훈철 연세대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신경과 교수는 “(처방 범위 확대는) 결국 중독성이 있는 THC 성분을 더 쓸 수 있게 해 달라는 얘기로 귀결될 것”이라며 “불면, 통증 등 다른 증상에까지 의료용 대마를 사용하자는 주장엔 동의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THC는 환각 작용은 물론, 함량이 12%를 초과하면 정신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의사 처방을 받도록 해도, 오ㆍ남용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는 견해도 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의료용 대마가 허용된 주(州)와 그렇지 않은 주를 비교했더니, 합법화 지역에서 불법적인 대마 사용이 증가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의사는 형식적인 진료 절차만 밟아 처방전을 내 주고, 환자는 대마초에 대한 접근성만 높아지는 쪽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경고인 것이다.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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