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 업고 '서안지구 합병' 강행하는 네타냐후

이전기사

구독이 추가 되었습니다.

구독이 취소 되었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트럼프 지지 업고 '서안지구 합병' 강행하는 네타냐후

입력
2020.06.27 04:30
0 0

이스라엘과 아랍 여성들이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도로를 봉쇄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합병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동평화구상에 근거해 서안지구 합병을 7월 1일 이후 표결에 부치기로 한 가운데,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텔아비브=AP 뉴시스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합병 절차 개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5선 총리에 등극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내달 1일 서안지구 합병 계획에 관한 각료회의를 열고, 이를 크네세트(의회) 표결에 부칠 계획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반발과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에도  팔레스타인이 자치권을 행사하는 서안지구 면적 3분의1 가량을 자국 영토로 합병하는 안을 밀어 붙이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사이에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국경 획정 △예루살렘 주권 △가자ㆍ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건설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등 난제들이 첩첩이 쌓여 있다. 양측의 오랜 갈등은 국제법과 제도ㆍ인권ㆍ인류와 같은 보편적 윤리에 근거한 해법 도출보다는 ‘힘에 의한 해결’이라는 현실주의 정치가 지배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네타냐후 총리의 합병 추진 뒤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지원이 자리하는 것처럼 말이다.

유엔 "예루살렘은 중립 지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부패혐의 첫 재판이 열린 지난달 24일 예루살렘 총리관저 앞에서 네타후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예루살렘=EPA 연합뉴스

이ㆍ팔 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접근은 줄곧 ‘두 국가 해법’에 기초해왔다. 유엔은 1947년 11월 29일 총회에서 유대국가 수립을 위해 기존 팔레스타인 땅을 세 군데로 분할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결의안 181호를 채택했다. 2만6,323㎢의 전체 면적 중 56.47%에는 유대국가, 42.88%에는 팔레스타인 아랍국가(예루살렘 제외, 서안ㆍ가자지구ㆍ이집트 국경 지역ㆍ북부지역)를 세우도록 하되 예루살렘(0.67%)은 이스라엘-아랍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유엔 신탁통치 하의 ‘국제 관리지역’으로 두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유대인들은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 건국을 선포한다. 시오니즘 창시자 테오도르 헤르츨이 구상한 이상향 유대국가가 ‘이스라엘’로 현실화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유대인들에게 ‘고국’이 생기면서 팔레스타인 땅에서 대대로 살던 아랍인들은 졸지에 난민 신세로 전락했고, 이에 반발한 이집트, 트랜스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등 아랍 국가들은 즉각 무력 공격에 나섰다. 제1차 아랍-이스라엘 전쟁(중동전쟁)의 시작이었다.

이 전쟁으로 이스라엘은 영토를 확장해 팔레스타인 전 지역의 78%를 차지하고, 나머지 22% 중 가자지구는 이집트가, 서안지구는 요르단이 통치하게 됐다. 예루살렘도 양분돼 동예루살렘은 요르단, 서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국제 관리지역은 사실상 사라진다. 오늘날까지도 이ㆍ팔 분쟁의 핵심 갈등 요소인 수도(예루살렘 주권) 및 국경 문제가 뿌리를 내린 역사적 배경이다.

국제법 아랑곳 않고 정착촌 늘려온 이스라엘

지난달 13일  요르단강 서안지구 도시 라말라 인근의 기바트 제브에서 유대인 정착촌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기바트 제브=AFP 연합뉴스

1차 중동전쟁이 끝난 뒤인 1949년 12월 9일 유엔은 ‘예루살렘을 국제관리 지역으로 하고 유대교ㆍ그리스도교ㆍ이슬람의 성지인 구시가지는 보호돼야 한다(결의안 303호)'고 규정했다. 예루살렘이 국제영토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벤 구리온 이스라엘 초대 총리가 ‘예루살렘은 불가분한 이스라엘 일부’라며 반발하고, 동예루살렘을 점령 중이던 압둘라 1세 요르단 국왕마저 ‘예루살렘의 국제관리화’를 부정하면서 어떤 합의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듬해 이스라엘은 수십만명의 팔레스타인이 난민이 되어 주변 아랍국으로 피신한 사이 ‘부재자 재산법’을 만들어 아랍인 소유의 토지를 몰수하고, ‘귀환법’도 제정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에 정착할 수 있게 보장했다. 이어 1967년 6월 5일 이스라엘의 선공으로 시작된 제3차 중동전쟁, 이른바 ‘6일 전쟁’으로 동예루살렘, 서안, 가자 등 팔레스타인 전역은 물론 이집트 시나이 반도, 시리아 골란고원 등이 이스라엘 점령 하에 들어가게 된다. 이후 이스라엘 정부가 예루살렘을 자국 수도로 선포하자, 유엔은 같은해 7월 4일 총회 결의안 2253호를 통해 이는 무효이며 주권 변경 조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또 11월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42호에선 점령 지역에서의 무장병력 철수, 그 지역 관련국들의 주권과 영토 보전, 난민문제의 공정한 해결 등을 촉구했다. 

그러나 3차 중동전쟁 이래 이스라엘 정부는 계속해서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확대해왔고, 여전히 정착촌 주권 문제는 이ㆍ팔 분쟁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유엔은 지금도 이스라엘 측에 안보리 결의안 242호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정착촌 건설은 국제법적으로 불법이라는 것이다.

강경 보수성향의 네타냐후 총리는 한 술 더  떴다. 5선 고지에 오르자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착촌 합병 계획을 강행하고 있다. 그러자 안토니우 쿠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합병 구상은 국제법에 어긋날 뿐더러 지역 정세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작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은 유엔 결의안보다 미국과 이스라엘 양국관계를 더 중시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뒷배 네타냐후, 합병 강행

6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라빈광장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추진 중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합병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총선를 목전에 둔 올해 1월 28일 ‘번영을 위한 평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비전’이라는 장황한 이름의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했다. "현실적인 두 국가 해결책"이란 설명이 뒤따랐지만 이는 국제사회가 말해 온 두 국가 해법과는 거리가 상당했다. 예루살렘과 요르단 계곡 및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15곳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사실상 네타냐후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취임 뒤 줄곧 친(親)이스라엘 행보를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수차례 네타냐후 편을 들었다. 2017년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한 데 이어, 이듬해 5월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엔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에 대해 ‘국제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도 공식 표명했다. 

그리고 올해 3월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 3차 총선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네타냐후에 힘을 실어줬다. 이스라엘은 최근 1년여간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해 총선을 3차례나 치른 탓에 정국 혼란이 가중된 상황이었다. 네타냐후 스스로도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 비리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정치적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때였다.  

이처럼 이스라엘 보수 집권세력이 곤경이 빠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평화구상 발표로 네타냐후와 여당 리쿠드당의 간접 지원에 나선 것이다. 3차 총선에서도 단독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과반 의석 정당은 나오지 않았으나, 오랜 진통 끝에 리쿠드당을 이끄는 네타냐후와 제2당 중도 청백당의 베니 간츠 대표는 18개월씩 번갈아 총리직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연정 구성에 합의했다.

'서안지구 정착촌의 이스라엘 주권화’ 문제는 결과적으로 이스라엘 정정 불안과 네타냐후 개인비리 혐의 등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했고,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평화구상은 내용과 발표 시점 등 모든 면에서 네타냐후를 지원하는 구심점이 된 셈이다. 

이ㆍ팔 분쟁은 현실 정치학의 표본

아이를 목마 태운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24일 요르단 계곡 파사일 마을에서 무장한 이스라엘 군인과 언쟁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7월 1일 서안지구와 요르단계곡의 유대인 정착촌 합병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다. 파사일=EPA 연합뉴스

윤리ㆍ제도를 중시하는 이상주의와 국력(힘)을 강조하는 현실주의 정치학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국제 정치학자들은 글로벌 현안을 바라볼 때 항상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을 자국 주권 영역으로 만들겠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은 명백한 유엔총회 및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힘이 강한 이스라엘의 뜻대로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고 가자ㆍ서안지구를 영토로 한 팔레스티니안들의 독립국가 건설 열망은 계속 난관을 마주하고 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팔레스티니안들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을 것이다.

정상률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HK교수ㆍ한국중동학회 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세계의 분쟁지역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엣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