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윤 신안흑산공항건설 대책위원장
3,352개의 섬을 보유한 한국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에 이어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섬 정책 연구·지원을 빼놓고 미래 국가발전을 논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가 2018년 ‘섬 발전 추진대책’을 발표한 것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아직 섬 사람들이 체감할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교통불편으로 살기 힘들기는 여전하다.
국내 일부 섬들은 다리(연륙)가 연결됐지만,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왕래가 유일하게 선박뿐이다. 국내 최서남단에 위치한 흑산도에 가는 길은 더더욱 험난하다. 1년에 110일 이상은 풍랑으로 배가 결항돼 왕래가 쉽지 않다. 이런 불편함으로 인구는 줄고, 그나마 선박 이용객들의 뱃멀미 고통은 크다.
이런 논의 끝 결과물이 10년 전 추진된 흑산공항이다. 소형 공항은 전국 어디서든 1시간대에 접근이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철새와 국립공원 가치 훼손 등을 주장하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 가로막혀 한 발짝도 못나가고 있다. 2013년 국가정책기관(KDI)이 경제성이 타당하다고 평가해 국가계획으로 확정됐지만 국립공원위의 반대로 지지부진하다. 같은 시기에 시작한 울릉공항은 오는 9월에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 두 지역의 차이는 간단하다. 흑산도는 전라도에 있는 국립공원지역으로서 공원위 심의를 통과해야만 사업추진이 가능하고, 울릉도는 경상도에 있는 지질공원이라서 다른 제약조건 없이 사업착공을 앞두고 있다.
거슬려 올라가 흑산도는 1981년 서슬퍼런 군사정부에 섬 주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울릉도는 환경부에서 2004년부터 국립공원 지정을 시도했으나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지정이 안됐다.
이 차이가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 일부에서 환경보전을 말하지만 흑산공항 건설에 편입되는 전체 면적은 0.547㎢로서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흑산도·홍도 전체면적(2,266㎢)의 0.02%에 불과하다. 국토의 맨 끝자락을 지키는 섬 사람들에게 이 작은 수치를 제시하며 반대하는 것은 빈약한 논리다.
더욱이 신안군과 주민들은 공항건설로 인한 철새 피해방지를 위해 대체서식지와 먹이원 공급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중이며, 흑산도뿐만 아니라 하태도, 만재도, 가거도 등으로 확대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가 ‘사람이 먼저다’인데 환경부는 ‘철새가 먼저다’ 인 것 같다. 환경부는 어느 나라 정부인지 묻고 싶다.
전국은 지금 공항, 고속철도, 고속도로 등 초고속 교통서비스를 받고 있는데도 더 빠른 초고속 시대를 갈망한다. 하지만 섬 지역은 날씨에 취약한 선박 외 어떠한 교통수단도 없어 교통기본권이나 이동권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흑산공항 조성을 더 이상 방관하면 안된다. 공항건설은 문 대통령 선거공약인데, 환경부의 지긋지긋한 ‘호남 홀대론’이 아닌지 묻고 싶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다. 흑산도는 ‘어느 나라 땅인가’라는 우문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지난달 27일 환경부 장관이 흑산도를 찾은 게 그 해결의 시발점이 돼 조속한 흑산공항 착공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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