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ton? Glaser(6.2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2월 ‘우주방위군(Space Force)’ 창설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레이건 시대의 스타워즈, 즉 적국 인공위성 파괴를 포함한 대기권 너머의 군사화를 공식 재개한 셈이었다. 9ㆍ11 이듬해 미군 전략사령부로 흡수됐던 우주방위사령부는 부활해 향후 5년간 8억달러의 예산을 쓰게 됐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세계적 그래픽 디자이너 8명에게 새 우주방위군 로고 디자인을 의뢰했다. 공모 취지는 불분명하지만, 작품들의 면면을 보면 한바탕 풍자 대잔치였다. 블룸버그가 맨 앞에 소개한 밀턴 글레이저(Milton Glaser,1929.6.26~)의 작품도, 미국 정부가 제정신이라면 채택할 리 없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트럼프의 두상 실루엣 안에 ‘SPACE’란 문구를 새기고 붉은 색 화살표를 양쪽 바깥으로 향하게 배치한 디자인. 푸른 바탕에 흰 점(별)을 뿌려 우주 공간임을 드러내면서도 그 우주가 트럼프의 두개골 안에 갇혀 있다는, 한마디로 어리석은 발상에서 비롯된 군대라는 조롱이었다.
‘United States Space Force’ 란 타이프페이스(typeface)를 소용돌이에 휘말린 듯 왜곡된 형태로 원 가장자리에 배치, 텅 빈 중심으로 빨려들 듯 디자인한 데이비드 레인프루트(David Reinfrut)의 작품도 우주군이 블랙홀에 삼켜지는 운명을 예고한 거였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공상적’ 발상의 작품 등 여러 재미난 것들이 있었다.
밀턴 글레이저는 1975년 ‘I♥NY’ 디자인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디자이너다. 제1차 석유파동 직후 경제적ㆍ사회적 위기로 실의에 빠진 뉴욕 시민들을 위해 만든 디자인이었다. 9ㆍ11 테러 직후 그는 불에 살짝 그을린 ‘하트’를 담은 ‘I♥NY More Than Ever’라는 포스터를 제작해 또 한번 박수를 받았다.
이 짧은 지면에 그의 이력을 담는 건 무리지만, 저 몇 개의 사례들은 그가 어떤 디자이너이며 그에게 디자인이 어떤 의미인지 짐작하게 한다. 밀턴은 예술이란 현실의 해석이자 평가이며, 인간 의식과 삶 자체를 변화시키는 힘을 지녀야 한다고, 그러지 못하면 예술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밥 딜런의 앨범을 비롯한 비닐과 책, 워싱턴포스트와 타임 등 숱한 매체의 아트 디렉터로 일했고, 뉴욕매거진을 창간해 이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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