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에서 지난 5월부터 ‘노랫말-선율에 삶을 싣다’라는 기획전을 열고 있다. 국립 박물관에서 왜 대중음악 가사 따위를 전시하느냐는 의문을 가질 법하다. 대중가요가 한낱 ‘딴따라’들의 수준 낮은 음악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편견일 뿐인데, 우리 문학의 자랑스러운 유산인 고전 시가 작품 중 많은 수가 오늘날로 치면 대중가요에 해당한다. 세간에 떠도는 백성들의 노래를 채집하여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은 역대 국가와 지배층의 주요한 임무였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향가와 고려가요를 비롯한 민요 등 그 옛날의 대중가요들이 오늘날까지 보존될 수 있었다.
훈민정음 창제라는 위대한 업적에 가려져 덜 주목받지만, 음악 정비 사업은 세종의 또 하나의 업적이다. 국가 의례에 쓰는 음악은 그 나라의 문화 역량을 표상하는 가치를 가지는데, 우리나라는 고려 시대부터 중국의 대성악을 수입해서 썼다. 이 외래음악에 문제를 제기한 이가 바로 세종이었다: “종묘 제사에 조상 어른들이 평시에 들으시던 음악을 쓰는 것은 어떨지 상의하라.” 그 결과물이 ‘종묘제례악’이다. 세종은 우리 음악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재위 기간 내내 민간에 흩어진 노래들을 채집하고 정리하는 데 힘썼다. 나아가 세종은 오늘날의 악보인 ‘정간보’를 손수 창안하여 가락과 노랫말을 함께 기록할 수 있게 했다. 세종의 이러한 국가적 노력 덕에 우리는 조상들의 생각과 정서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박물관은 다시 문을 닫았지만, '목포의 눈물', '임과 함께' 등 주요 근대 대중가요 해설 동영상이 유튜브 채널 “국립한글박물관”을 통해 연재되고 있다. 그 노래들은 후손에게 물려줄 우리 말글 유산이다. 우리 시대의 '청산별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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