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LG유플러스 지하 통신구가 교차하는 A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인근 수천 대의 두 통신사 기지국과 연결되는 광케이블이 불타 이들 기지국이 송수신 범위 내 가입자의 무선통신 신호를 처리할 수 없게 되자 해당 가입자들의 스마트폰이 자동으로 SK텔레콤 망에 접속됐다. 평상시라면 타사 망 연결이 불가능하지만 재난 상황 발생 시 타사 가입자의 접속을 허용하는 로밍 전용 인프라가 가동됐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통신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2018년 11월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KT 가입자 수십만 명의 통화, 인터넷 등이 끊겼던 '블랙아웃' 사태가 재연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태 재발을 막고자 정부와 이동통신 3사가 지난해 4월부터 추진해 온 '재난 시 이동통신 로밍' 시스템 덕분이다.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재난 로밍 기술 개발을 마치고 지난 2월 실제 상용망에서의 테스트도 완료했다고 밝혔다. 재난 로밍 기술은 해외 여행을 갈 때 현지 통신사 망에 접속하는 로밍 서비스처럼, 특정 통신망이 화재 등 재난으로 '먹통'이 되더라도 다른 회사 통신망과 자동 연계돼 끊김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번 시스템을 위해 이통 3사는 타사 가입자를 각각 100만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로밍 전용 인프라를 구축했다. 재난 발생 통신사 가입자에게 정상적인 통신사가 로밍 인프라로 예외적인 접속을 허용하는 게 기본적인 원리다.
실제 이날 KT와 LG유플러스 통신 재난을 가정해 진행된 시연에서 접속이 끊기자마자 시험 단말이 바로 SK텔레콤 망에 접속됐다. 스마트폰 화면 상단 상태 표시줄에는 통신 신호 세기가 최대라는 안테나 아이콘이 표시됐다.
이번 시스템 구축으로 4Gㆍ5G 가입자는 별다른 조치 없이 바로 타사 4G 망을 통해 음성, 문자, 데이터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3G 가입자는 재난이 발생하지 않은 통신사 대리점에서 유심을 개통한 뒤 착신전환 서비스로 전화를 수신할 수 있다. 이때 이용자가 지불하는 비용은 다음달 청구 요금에서 차감된다. 이동정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안전기획과장은 "3G는 구세대 통신 기술이고 서비스를 하지 않는 이통사도 있어 유심 지원 방식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장석영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재난은 사후 복구보다는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을 보유한 우리 기업들이 재난 대비에도 세계 최고 수준이 될 수 있도록 통신망 안전관리에 더욱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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