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ber Sue(6.25)
1907년 여름 미국 뉴욕 할렘의 ‘해머슈타인 루프가든’ 극장에서 ‘진지한 수 (Sober Sue)’ 공연이 시작됐다. ‘소버 수’를 웃게 하는 이에게 100달러를 준다는 안내 표지판이 함께 내걸렸다. 미소를 짓게 하면 100달러, 소리 내어 웃게 하면 키득거리게만 해도 1,000달러를 주는 조건이었다.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고, 그 소문 덕에 공연은 연일 성황을 이뤘다.
자기가 듣고 겪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시민들부터, 표정이나 몸짓으로 웃겨 보려는 사람들, 심지어 내로라하는 프로 코미디언들까지 도전에 나섰다. 당시 1,000달러면 근년 기준으로 3만달러가 넘는 큰돈이었다.
엄밀히 말해 공연은 소버 수가 한 게 아니라 도전자들이 한 거였다. 관객들은 도전자들이 출연료도 받지 않고 펼치는 만담과 코미디 공연을 즐겼고, 소버 수는 늘 한결같은, 침울한 표정으로 무대 중앙에 서 있었다.
그 공연으로 극장주(Willie Hammerstein)는 앉아서, 출연료 지출 없이 다양한, 일류 코미디언들을 모아들이며 큰돈을 벌었다. 상금을 지불한 일도 당연히 없었다. 주연 아닌 주연 소버 수가 받은 출연료는, 한 자료에 따르면 주당 20달러에 불과했다.
소버 수에 대한 정보는 본명이 수전 켈리(Susan Kelly)라는 것만 알려졌을 뿐, 사실상 전무하다. 고향도, 나이도, 심지어 그를 촬영한 사진조차 남아 있지 않다. 본명이나마 알려진 것도 뉴욕타임스가 그해 7월 4일 ‘당국의 공연 중지 명령으로 소버 수 공연이 3일부터 8일까지 닷새간 쉬게 됐다’는 소식을 전한 덕이었다. 공연 중지 명령 사유도 불확실하다. 켈리가 안면 마비나 시ㆍ청각 장애 등 확증적 원인 때문에 생리학적으로 웃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다시 말해 공연이 ‘사기’라고 누군가가 고발을 했으리라는 추측만 있을 뿐이다. 앞서 그해 6월 25일 자 뉴욕타임스는 소버 수의 ‘고백’을 실었다. 그는 “솔직히, 아무도, 그 무엇도 웃기지 않았다”고 웃지 않는 이유를 공개했다.
켈리의 고백이 진실이라면 그는 무척 불행한 사람이었을 테고, 거짓이었다면 ‘뫼비우스 증후군’이라는 선천성 발달장애 증상을 지녔을 가능성이 있다. 뇌신경 일부 이상으로 표정을 짓지 못하거나 안면 이형을 지니고 언어 장애를 겪기도 하는 증상. 물론 지금은 근육 이식 수술 등으로 대부분 교정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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