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비방 대자보 20대, 건조물 침입 유죄
박근혜·이명박 때도 광고물법·공공물건 손상 적용
사건 본질에서 벗어난 죄명은 표현의 자유 억압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대학교 건물에 부착한 20대에게 유죄 선고가 내려지면서, 현 정부들어 사라진 듯했던 국가원수 모독 행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제5공화국 때까지 존재하던 '국가원수모독죄'가 사라진 지 30년이 더 지났지만 대통령 모욕 사건이 발생하면 사건 본질에 빗겨난 죄명을 적용, 사법처리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은 대학 구내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인 시민에게 건조물 침입 혐의로 벌금형을 내리면서 불거졌다. 대학 측조차 “피고인이 우리 의사에 반해 불법으로 침입한 사실이 없다" "피해 본 사실도 없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건조물침입죄 처벌에 반대하는 입장을 수사와 재판에서 지속적으로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대통령에 대한 풍자를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는 상황이 이번 정부 들어서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이듬해 ‘국가원수모독죄’가 폐지됐음에도, 다른 죄명들을 적용한 형사처벌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비방에 대한 형사처벌 문제는 이전 정부에서도 논란이 돼 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 풍자 전단을 뿌린 팝아티스트 이하(42·본명 이병하)씨 사례가 유명하다. 이씨는 2014년과 2015년 서울, 부산 등 전국에서 대통령을 풍자하거나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 1만8,000여장을 직접 배포하거나 타인이 뿌리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전단지엔 박 전 대통령 얼굴에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여주인공 복장이 합성돼 있거나, 침몰하는 종이배를 배경으로 한복 차림의 박 전 대통령이 개를 치마폭으로 감싸는 모습 등이 담겼다. 검찰은 이씨에게 건조물 침입, 경범죄처벌법,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고, 유죄가 확정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에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정부가 설치한 홍보물 22개에 쥐 그림을 누군가가 그려넣으며 화제가 됐다. 경찰과 검찰은 수사 끝에 대학강사 박모씨를 체포했다. 박씨는 공용물건 손상 혐의로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시공무원 김모씨는 "해경 시켜 아이들 300명 죽이기, '알바' 시켜 조문객 위로하기" 등 글을 인터넷에 올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15년 유죄를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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