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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비판 대자보 표현 범위는 어디까지?

입력
2020.06.2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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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단국대에? 대자보 붙인 20대 벌금형
비판과 표현의 자유 놓고 논란

김씨가 지난해 단국대 천안캠퍼스에 붙인 대자보. 단국대 제공

김씨가 지난해 단국대 천안캠퍼스에 붙인 대자보. 단국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대학건물에 붙인 20대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하자 대학내  표현의 자유에 대한 허용범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3단독 홍성욱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대학 건물 내에 붙인 혐의(건조물 침입)로 기소된 김모(25) 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24일 단국대 천안캠퍼스 자연과학대학 건물 내부 등 4곳에 문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인 혐의로 벌금 100만원에 약식 기소되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김씨가 붙인 대자보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얼굴을 인쇄한 대형 화보를 배경으로 문 대통령과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나열됐다.

대자보에는 ‘나의(시진핑) 충견 문재앙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연동형 비례제를 통과시키고 총선에서 승리한 후 미군을 철수시켜 완벽한 중국의 식민지가 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또한 ‘중국 유학생들은 남조선 학생들의 대자보를  제거하고, 계속 신상을 털어주기 바란다. 남조선 정부와 경찰은 절대 중국에 맞서 한국학생들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다’ 라는 선동적인 문구를 담았다.

김씨에게 유죄가 선고되자 대학 내 대자보를 통한 비판과 표현의 자유 범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이준호 기자

대전지법 천안지원. 이준호 기자



당시 단국대는 김씨가 대자보를 붙인 사실을 확인, 즉각 철거하고 ‘학교의 피해가 없고 표현의 자유’를 고려해 업무협조 차원에서  경찰에 알렸다. 또한 "우리 의사에 반해 불법으로 침입한 사실이 없는 만큼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도 함께 전달했다.

지난달 20일 법정에서 검찰측 증인으로 나와 “이 사건이 과연 재판까지 와야 할 문제인지 의문이 든다”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당시 학내에서 ‘쥐박이’ ‘닭그네’ 등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과 비판이 있었지만 재판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대자보는 ‘아카데미’ 정신을 표현하는 가장 큰 도구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경찰과 법원에선 처벌을 원하지 않아왔다.

대학 관계자는 “자유로운 표현과 비판을 상징하는 상아탑에서 대통령과 정권을 비판하는 대자보 갖고 처벌을 의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신고가 아닌 업무협조차원에서 정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대학에서 업무협조 차원으로 대자보를 붙인 사실을 알려왔다 하더라도 불법사실에 대한 신고로 해석했다는 입장이다.

수사를 마친 경찰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대학측의 요청과는 달리 김씨를 형법 319조의 ‘주거침입’을 적용,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주거침입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되지 않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법원의 유죄판결은 경찰의 수사와 검찰의 기소에 문제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의 유죄 판결로 원치 않는 논란의 중심에 선 단국대는 곤혹스런 표정이다. 학교 관계자는 “이 사건으로 더 이상 학교가 논란의 중심에 서고 소모적인 구설에 오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은 김씨는 “건조물 침입죄는 핑계일 뿐 대통령을 비판한 죄를 끝까지 묻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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