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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갚을 돈부터 막아보자'... 법정관리 악용하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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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갚을 돈부터 막아보자'... 법정관리 악용하는 기업들

입력
2020.06.2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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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 중 채권자 소송 중단' 누릴 목적으로 신청
구체적인 계획없이 회생 신청하거나
앞선 신청 기각되자 또 신청하는 회사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채권자들의 소송을 무마하는 등 변제를 늦추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회생절차를 신청하면 법원은 해당 회사의 재산을 보전하도록 조치해 채권자들이 낸 소송이나 기존 파산절차는 중단되는데, 일부 회사들이 이를 악용하는 것이다.

제주 등지서 골프장 연계 리조트 사업을 하는 A사는 이달 1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신청을 냈다. A사의 사정은 2014년부터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다른 골프장들이 들어서면서 골프회원권 수요가 줄어들었고 기존 회원들의 보증금 반환신청도 늘어났다.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까지 내는 회원들도 있었다. A사는 각 리조트의 카드단말기까지 압류되는 상황에 이르자 법원의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

그러자 회원들 사이에서는 회원들의 소송을 무마하는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라는 뒷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회생신청이 두 번째인데다 지난해부터 파산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회생신청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나온 것이다. 실제 A사는 올해 2월 첫 회생신청을 냈는데, 파산절차에서는 관재인 선임을 앞두고 있던 때였다. 두 번째 회생신청을 낸 것은 1심에서 회생신청이 기각 당해 항고심이 진행 중일 때였다. A사는 두 번째 회생 신청을 낸 당일 돌연 항고를 취하했다. 이를 두고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항고심에서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으니 다시 회생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사업을 청산할 때의 기업가치(114억)가 계속 운영할 때(-110억)보다 훨씬 높고, 회생의 근거로 든 리조트 및 아파트 분양사업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역시 파산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회생신청을 내 A사와 같은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해석들이 있다. VIK는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고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3만명에게 7,000억원을 받은 뒤 무인가 업체에 투자한 사기사건으로 대표 이철씨가 징역 12년을 확정받았고 부사장 등 운영진도 징역형을 살고 있다. 이후 일부 채권자들이 "정상적인 경영이 이루어지지 않아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없다"며 파산신청을 내 올해 초 선고를 앞두고 있었다.

금융사기 범죄 전문 변호사는 "피투자기업이 대부분 적자고 정상 운용되지 않는데 어떻게 돈을 회수한다는 거냐"며 "어떻게든 영업을 해서 채권자들에게 돈을 갚겠다고 하며 고소고발을 막기 위한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VIK의 회생절차가 받아들여지면 '사기로 만들어진 회사가 아니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 돼 진행중인 형사재판에서 유리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철 대표는 VIK의 또다른 사기 투자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2년6월을 받고 항소심 중이다.

물론 파산절차 중에 회생신청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악용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파산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해도 기업 상황이 긍정적으로 사정이 바뀔 수도 있고 회생 이후 자산 가치가 올라 채권자들에게 더 많은 돈을 변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채권자 소송 무마용으로 악용하는 사례는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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