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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민의 풋볼인사이드] ‘리즈 시절’, 그 리즈가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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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민의 풋볼인사이드] ‘리즈 시절’, 그 리즈가 돌아온다

입력
2020.06.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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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로축구 2부리그에서 상위권을 지키며 다음 시즌 EPL 승격이 유력한 리즈 유나이티드 홈 구장. 리즈=로이터 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2부리그에서 상위권을 지키며 다음 시즌 EPL 승격이 유력한 리즈 유나이티드 홈 구장. 리즈=로이터 연합뉴스


‘리즈 시절’이란 말이 있다. 해외축구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표현으로 ‘한때 잘나갔던 시절’을 뜻한다. ‘박남정 리즈 시절’ ‘싸이월드 리즈 시절’ 등 일상에서도 널리 쓰인다. 영국에서는 반대로 ‘리즈하다(doing a Leeds)’라는 표현을 쓴다. 잘나갔던 구단이 경영 실패로 추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올 시즌 4부로 강등된 볼턴이 ‘리즈했다’라는 소리를 듣는다. 다행히 리즈 시절의 당사자 리즈 유나이티드가 ‘리즈했다가’ 17년 만에 프리미어리그(EPL)로 돌아오려고 한다.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2부리그인 챔피언십에서 웨스트브로미치 알비온과 선두 경쟁을 펼치며 2위 팀에게까지 주어지는 EPL 승격이 유력해졌기 때문이다.  

리즈는 프리미어리그의 전신인 ‘풋볼리그 퍼스트디비전’의 마지막 챔피언(1991~92 시즌)이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리즈 시절’은 1997~98 시즌부터 2002~03 시즌까지를 말한다. 이 기간 리즈는 프리미어리그 5위권을 유지했다. 해리 큐얼, 조나단 우드게이트, 앨런 스미스 등 특급 유스가 한꺼번에 배출됐다. 유럽축구연맹(UEFA)에서 주최하는 UEFA컵 준결승에 이어 UEFA챔피언스리그 준결승까지 오르자 피터 리즈데일 회장은 더 과감하게 스타들을 영입했다. 2000년 당시 영국 최고 이적료 신기록으로 영입한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를 비롯해 로비 킨, 로비 파울러, 올리비에 다쿠르, 마크 비두카 등, 지금 봐도 눈부신 스쿼드를 자랑했다.

2002년 ‘리즈 시절’은 갑작스러운 종말을 맞이한다. 구단은 챔피언스리그 수입을 전제로 6,000만 파운드를 빌렸는데 리즈가 두 시즌 연속 대회 출전권 획득에 실패한 것이다. 빚을 탕감하기 위해 스타들을 팔아야 했고, 급기야 홈경기장과 훈련장까지 처분할 지경에 이르렀다. 두 시즌 만에 리즈는 빚더미에 오른 채 2부로 강등되고 말았다. AC밀란, 바르셀로나 등 메가클럽들과 경쟁했던 ‘리즈 시절’은 단 2년 만에 허무하게 끝났다.

2부 강등 이후 지옥문이 열렸다. 2003년 첼시를 로만 아브라모비치에게 팔아 떼돈을 번 켄 베이츠가 조세피난처 법인을 이용해 망신창이가 된 리즈를 손에 넣었다. 베이츠는 “비공개 투자자들이 내게 회장직을 위임했을 뿐”이라고 주장해 구단주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이 시작되었다. 2007년 3부까지 떨어지자 베이츠는 기다렸다는 듯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빚을 없앤 뒤, 본인 소유의 해외 법인을 이용하는 ‘꼼수’로 리즈를 재매입한다는 작전이었다. 복잡한 상황 속에서 베이츠의 수가 절묘하게 통했다. 4년 만에 2부로 승격한 리즈가 의외로 좋은 성적을 내자 베이츠는 구단을 개인 명의로 돌려 흑심을 드러냈다. 오로지 돈 벌 생각밖에 없었던 베이츠는 2013년 중동 펀드 ‘GFH’에 구단을 팔아 1,700만 파운드를 챙긴 뒤 떠났다.

2년 뒤 소유권은 ‘GFH’에서 이탈리아 농업 갑부 마시모 첼리노에게 넘어갔다. 이때부터가 ‘2차 지옥’이다. ‘사기꾼’ 베이츠가 떠난 자리를 ‘갑질 마왕’ 첼리노가 채운 꼴이었다. 2014년 2월 첼리노는 인수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부터 내쫓아 권력을 휘둘렀다. 이탈리아에서 불운한 숫자인 ‘17일’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주전 골키퍼를 팔아 치웠다. 리즈에 있던 2년 동안 첼리노는 감독을 무려 여섯 명이나 해고했고, 적대적 보도를 했다면서 TV 중계권사 인력의 경기장 출입을 막는 기행까지 벌였다. 

2017년 스포츠마케팅 전문가 안드레아 라드리차니가 새 구단주가 되면서 리즈는 오너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2004년 팔았던 홈경기장을 되찾은 라드리차니 회장은 1년 뒤 마르셀로 비엘사를 감독으로 영입하는 ‘신의 한 수’를 뒀다. 2부 최고 대우에 걸맞게 비엘사 감독은 첫 시즌부터 리즈를 3위로 견인했다. 두 번째 해인 올 시즌 비엘사 감독의 리즈는 더욱 발전해 2부 선두를 다투고 있다. 38라운드 현재(총 46라운드) 리즈는 승점 71점으로 웨스트브로미치와 공동 선두다. 잉글랜드 2부에서는 1, 2위 두 팀이 프리미어리그로 직행한다.

영국에서 리즈는 여전히 높은 지명도를 자랑한다. 2, 3부 시절에도 시즌티켓 가격이 프리미어리그 소형 구단들보다 비쌌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역사적 명장 비엘사 감독과 리즈의 ‘리즈 시절’ 복귀는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첫 우승만큼 2020년 여름 모든 축구 팬이 보고 싶어 하는 로망이다.

홍재민 <포포투> 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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