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10시 15분쯤 경남 김해시 부원동 한 주차장에선 조폭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집단 패싸움이 벌어졌다. 30, 40대로 보이는 30여명이 두 패로 나뉘어 야구방망이와 골프채 등을 휘두르며 난투극을 벌였다. 10여분간 이어지던 패싸움은 마침 이곳을 지나던 경찰 순찰차 사이렌에 의해 멈췄다.
23일 김해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집단 난투극에 가담한 이들은 모두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등에서 온 고려인이다. 경찰은 30여명 중 현장에서 18명 등 모두 26명을 체포해 폭력 행위 등의 혐의로 조사를 벌이는 한편 주차장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 분석을 통해 나머지 가담자도 쫓고 있다.
패싸움은 이날 승용차와 승합차로 주차장에 도착한 10며명이 먼저와 대기하던 20여명과 마주치면서 순식간에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친구들과 당구를 치러 왔다가 주차장에서 시비가 붙어 싸웠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경찰은 만남을 약속하고 패싸움을 벌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들의 주소가 김해뿐만 아니라 경기, 경북, 충남ㆍ북 등 전국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이날 싸움으로 키르기스스탄 국적 A(32)씨와 카자흐스탄 국적 B(29)씨가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패싸움에 가담한 고려인은 모두 비자 발급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자신의 주거지 공장과 농촌 등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권 충돌이나 조직간 마찰 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향후 폭행 등의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라면서 "한 곳에서 고려인이 30여명이나 몰려 있었고, 패싸움이 벌어진 정황을 보면 주차시비로 빚어진 우발적 싸움이라는 이들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 간의 패싸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광주 광산경찰서는 특수폭행 등 혐의로 카자흐스탄 국적 C씨 등 4명을 구속하고, 특수상해 혐의가 있는 또 다른 아제르바이잔 국적 D씨를 체포했다. C씨 등은 같은 달 19일 자정쯤 광주 광산구 월곡동 한 도로에서 아제르바이잔 국적 외국인을 둔기로 다치게 한 혐의다. D씨는 같은 날 오후 4시 30분쯤 월곡동 한 도로에서 C씨 패거리인 카자흐스탄 국적 외국인을 흉기로 찌른 뒤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C씨 그룹과 D씨 그룹은 평소 이성 문제로 갈등을 빚어오다 이런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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