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금주 중, 복귀 첫 해 연봉 전액 기부

강정호가 23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강정호(33)는 예상대로 고개를 숙이고 또 숙였다. 그러면서 “야구할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다.
강정호는 23일 서울 스탠포드호텔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내 잘못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 어떤 말로도 죄를 씻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라며 "내가 한국에서 야구할 자격이 있는지 여러 번 생각했다. 그래도 정말 반성하는 모습을 야구팬들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내놓았다. 강정호는 "한국에서 뛸 수 있게 해주신다면 첫해 연봉 전액을 음주운전 피해자들에게 기부하고 음주운전 캠페인에 꾸준히 참여하겠다. 이후에도 기부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비시즌엔 재능 기부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에 머물던 강정호는 지난 5일 귀국해 14일간 자가격리 후 이날 취재진 앞에 섰다. 싸늘한 여론을 의식한 듯 그는 상기된 표정으로 미리 준비해 온 사과문을 읽어나갔다. 강정호는 "구단에 걸리지 않으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2016년 서울에서 음주운전을 해서 가드레일을 박고 수습하지 않고 숙소로 갔다. 정말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과오를 돌아봤다. 사과 타이밍이 늦었다는 지적도 의식했다. 그는 "야구팬들과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여기서 사과하기도 너무 늦었다. 공개적인 사과가 늦어지면서 한국에서, 미국에서 항상 빚을 진 마음이었다. 가족에게도 대중들에게도 떳떳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음주운전과 관련한 직접적인 사과도 담았다. 강정호는 "실망한 팬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엎드려 사과한다. 또한 음주운전 사고로 피해를 입었는데, 그 사고를 떠올리게 된 분들께도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2018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금주 프로그램을 이수했고 4년째 금주하고 있다. 앞으로도 금주를 이어가는 것이 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렸을 때는 야구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 어리석고 이기적인 삶을 살아온 내 모습을 후회한다. 모든 걸 포기하고 바칠 각오가 돼 있다. 쏟아질 비난을 감수하며 묵묵히 살아가겠다"고 고개 숙였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도 강정호는 “죄송하다”, “반성한다”를 반복했다.
강정호는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고, 조사 과정에서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나 더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강정호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미국에서 새 소속팀을 찾지 못한 강정호는 5월 20일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하고 물밑에서 국내 복귀를 추진했다. 이에 KBO는 지난달 25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강정호에게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내렸다. KBO의 징계 후 “강정호를 퇴출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할 정도로 여론은 더욱 들끓었다. 야구계 선후배들의 시선조차 냉랭하다. 부담을 떠안은 키움 구단은 여론 등의 추이를 지켜보고 내부 논의를 통해 계약 문제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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