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싫어하지만 앞에서는 '아첨'"
피아(彼我) 구분 없이 유럽 등 전통 우방에도 대결적 자세로 일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실제 "고립됐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면서 자신이 싫어하는 외국정상 앞에서 아첨하는 모습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외교 비사(秘史) 외에도 강한 성격과 유약함이 뒤섞인, 인간 트럼프의 복잡한 면모를 증언했다.
23일(현지시간) 출간을 앞둔 볼턴의 저서 '그것이 일어난 방'에는 2018년 6월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담 뒷얘기도 소개돼 있다. 당시 트럼프가 다른 정상들과 갈등을 빚다 회의 도중 화를 내며 회의장을 박차고 떠났다는 게 지금까지 공개된 언론 보도 내용. 볼턴은 이후 '왕따'로 보일 법한 일화를 전했다. 그는 "G7 정상들을 위한 '태양의 서커스' 공연에서 다른 정상들은 관람 대신 귓속말을 하며 트럼프를 괴롭히기 시작했다"며 "이후 만찬 자리에서는 다른 정상들이 G7에 러시아를 포함시키자는 트럼프의 생각에 반대하면서 분위기는 점점 '무례해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젊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철ㆍ알루미늄 관세 문제 등과 관련, 피곤해 보이는 트럼프에게 공격적으로 반박했다고 한다. 볼턴은 "트럼프는 회담 준비를 하지도 않았고 쟁점이 무엇인지조차 이해를 못했다"고 힐난했다. 회담에 동행했던 존 켈리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이 회의장을 나오면서 "이것은 재앙이야"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볼턴은 또 상대를 업신여기면서 한편에선 아첨하는 트럼프의 '이중적' 속성을 은근히 깎아 내렸다. 마크롱이 대표적인데, 트럼프는 평소 마크롱을 일컬어 "손대는 것마다 잘못한다"고 비난하면서도 2018년 4월 전화통화에선 "유럽 지도자들 중 최고"라고 극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볼턴은 이에 대해 "유럽연합(EU)과의 이해관계 때문에 겉으론 웃으며 다가간 것"이라고 나름대로 해석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뒤에서는 'EU가 중국보다 별로다'라고 자주 언급했다"면서 뒤통수 치는 언급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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