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 전기차 배터리 JV 설립 가능성↑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차세대 모빌리티에 적용될 배터리 부문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업계에선 이번 회동이 단순히 전기차용 배터리 파트너십을 넘어 양 사의 생산 합작사 설립까지 염두에 둔 포석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총수의 단독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22일 현대차그룹, LG그룹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과 구 회장은 이날 오전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했다. 현대차그룹에선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 김걸 현대차 기획조정실장(사장), 서보신 현대차 상품담당 사장,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 등을 대동했다. LG그룹은 권영수 LG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 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사장) 등이 참석했다.
양사 경영진은 LG화학 오창공장의 배터리 생산 라인과 선행 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LG화학의 △장수명 배터리 △리튬황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 기술 및 개발 방향을 공유했다.
앞서 LG화학은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2차 공급사로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1차 공급사인 SK이노베이션이 2021년 E-GMP 전체 물량(약 50만대)의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과 달리, LG화학 배터리는 2022년 생산하는 일부 차량에만 탑재된다. LG 입장에선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추가 수주가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날 정 수석부회장과 구 회장이 전기차 배터리 조인트벤처(JV) 설립 관련 이야기도 나눴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사는 앞서 전기차 배터리 JV를 출범시킨 바 있다. 2010년 현대모비스와 LG화학이 각각 51%, 49% 지분 투자를 진행해 '에이치엘그린파워'를 설립했다. 에이치엘그린파워는 현대차의 하이브리드카(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전기차(EV)에 포함된 배터리 팩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날 회동에서 LG화학과 배터리 협력 관계에 관한 논의를 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LG그룹 역시 "회담 내용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배터리는 차세대 먹거리와 직결된 영역이다. 우선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올 1분기 총 2만4,116대를 판매하면서 테슬라(8만8,400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3만9,355대), 폭스바겐그룹(3만3,846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2025년까지 44개 전동화 차량 출시에 힘입어 글로벌 3위 업체로 도약한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청사진이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배터리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중국 4위 배터리 업체 '궈쉬안 하이테크' 지분 26.5%를 인수했다. 테슬라는 파나소닉(일본), LG화학(한국), CATL(중국)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이 밖에도 GM과 LG화학은 지난해 JV를 설립하고 지난 4월 배터리 공장을 착공했고, BMW는 삼성 SDI와 3조8,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내년부터 출시하는 E-GMP 전기차를 비롯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에 탑재할 고품질 배터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양사가 JV를 설립하게 되면 현대차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으로 원활한 생산이 가능해지고, LG화학도 대규모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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