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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담 먹겠다고… 반달가슴곰 불법 도축부터 취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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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담 먹겠다고… 반달가슴곰 불법 도축부터 취식까지

입력
2020.06.2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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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곰, 모든 도축과정 지켜봐… 남은 곰들 어쩌나


경기 용인의 한 사육곰 농장에서 불법 증식된 새끼곰들은 다른 곰이 죽임을 당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경기 용인의 한 사육곰 농장에서 불법 증식된 새끼곰들은 다른 곰이 죽임을 당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경기 용인의 한 사육곰 농가에서 반달가슴곰을 불법으로 도살하고 곰고기를 먹은 사실이 한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확인됐다. 특히 도살 과정이 새끼곰들을 포함해 다른 곰들이 보는 앞에서 이뤄졌다.

22일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해당 농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다양한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건강한 삶을 위해 반달곰 웅담 특별할인 판매를 진행한다”는 광고 문자를 받고 현장을 방문했다. 광고 문자에는 “사전 예약 후 당일 현장 방문자에게는 특별식사”를 제공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도살 당일 농가 주인은 뜬장(동물들의 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밑면에 구멍을 뚫은 장) 안 곰에게 마취총으로 진정제를 주사했고 5분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올가미로 곰을 잡아당겨 혀를 자르고 피를 빼냈다. 곰의 사체 해체 작업이 이뤄진 마당 옆에는 6~8인 상차림이 준비돼 있었다.

◇도축부터 취식까지 모두 법 위반

경기 용인의 한 사육곰 농장주가 곰을 해체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경기 용인의 한 사육곰 농장주가 곰을 해체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먼저 재수출 용도로 기르는 열 살 넘은 사육곰은 도축하는 순간 약용 등 ‘가공품’으로 용도가 변경된다. 즉 웅담만 채취할 수 있고, 고기를 먹는 건 야생생물법 위반이다. 하지만 이 농가는 상차림을 준비했고 발까지 잘라냈다.

도축하는 방법 자체도 문제였다. 새끼곰을 포함해 다른 곰들은 곰이 포획될 때부터 해체되는 순간까지 지켜봐야 했는데 이는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마리의 새끼곰을 증식시킨 것 역시 야생생물법 위반이다. 김수진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전시관람용을 증식시키려고 해도 인공증식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농가는 허가를 받지 않았다”며 “허가를 받으려 했어도 국제적멸종위기종 사육시설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허가가 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농가 수차례 법 위반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코로나19에 웅담이 좋다며 해당 농가가 낸 광고전단. 동물자유연대 제공

코로나19에 웅담이 좋다며 해당 농가가 낸 광고전단.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는 해당 농가가 수 차례 처벌에도 사육곰 용도 외 사용, 불법대여, 불법증식 등 불법행위를 반복해 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처벌은 100만~200만원의 벌금에 그쳤다. 실제 농장주는 2013년과 215년 두 차례에 걸쳐 웅지(곰에서 추출한 기름) 총 35㎏을 385만원을 받고 화장품 원료로 판매하고, 2015년에는 반달가슴곰 한 마리를 경남 창원의 한 동물원에 대여했지만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또 8마리를 불법 증식한 것에 대해서도 200만원, 사육시설 개선시설 미이행에 대해서도 200만원의 벌금만 냈다. 곰 한 마리에 나오는 웅담만으로도 500만~700만원 정도를, 대여 시에도 800만원을 받을 수 있어 벌금을 내도 챙길 수 있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불법 행위를 저질러 온 것이다.

◇죽는 날만 기다리는 사육 곰만 430마리

경기 한 사육곰 농장에서 불법 증식된 반달가슴곰이 식용 개를 키우는 ‘뜬 장’을 본떠 만든 철제 우리에 갇혀 있다. 녹색연합 제공

경기 한 사육곰 농장에서 불법 증식된 반달가슴곰이 식용 개를 키우는 ‘뜬 장’을 본떠 만든 철제 우리에 갇혀 있다. 녹색연합 제공


위 농가처럼 뜬장 속에서 살고 있는 사육곰은 430마리다. 정부가 사육곰 종식을 위해 2014년 남은 사육곰 967마리에 대해 중성화 수술을 시키면서 그 수는 줄고 있다. 정부가 열 살이 넘은 곰은 웅담채취용으로 도축할 수 있도록 했지만 웅담을 찾는 이들이 없어 농가들은 최소한의 사료만 주고 있고 그러는 사이 반달가슴곰은 뜬장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일부 전시관람용으로 전환한 반달가슴곰들은 불법으로 증식됐지만 구조할 수도 없다. 동물자유연대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허가 받지 않고 증식한 경우 증식된 개체를 몰수해야 하지만 환경부는 보호공간 부재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며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부는 범죄수익에 한참 못 미치는 벌금으로 면죄부를 발부하면서 사육곰들만 고통만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농장주 강력처벌과 사육곰 산업 종식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시작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베트남의 애니멀아시아 보호시설(생츄어리) 등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은 충분히 있다”며 보호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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