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하이브리드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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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하이브리드전이 시작됐다

입력
2020.06.23 06:00
수정
2020.06.23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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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현장. 뉴스1


최근 들어 하이브리드전(戰) 얘기가 많이 나온다. 전쟁과 평화의 이분법이 적용되기 어려운 상황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전은 군사, 비군사적 수단을 의도적으로 혼합하며, 정치적인 목표를 추구한다. 과거에 논의되던 화전 양면 전술과는 다르다. 전면전은 피하고 싶고, 통상적인 방법으로 정치적 목적 달성이 어려울 때 시도하는 것이 하이브리드전이다.

비핵화의 길이 불안한 북한이기에 협상 과정에서 하이브리드전을 감행할 것이라 예상한 전문가들이 있었다. 한 축에서는 국지적인 무력 도발을 하고, 다른 축에서는 테러, 외교적 문제 일으키기, 공포심 조장, 불법 행위를 통한 압박, 기존 합의 무위화, 공세적인 미디어전 등을 병행하는 것이 북한이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전 양상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시발점으로 북한의 하이브리드전이 본격화될 것 같다. 협상 국면을 조성했음에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해야 했고, 경제난 때문에 발생한 내부 동요를 추슬러야 했을 것이다. 앞으로 강력한 군사 도발이 있을지 모른다.

지금 북한의 전략가들은 다양한 하이브리드전 시나리오를 계획하면서 손익계산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우선은 불이익을 떠올릴 것이다. 제재는 더욱 강화될 것이고, 미군의 전략자산이 빈번히 전개될 것이며, 이 때문에 중국으로 부터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이것은 북한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이러한 손해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내부 결속과 정권 안정이라는 과실이 돌아올 것임을 북한은 알고 있다. 일정 수준의 위험 감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 할 것이다. 

이제 우리 앞에 힘든 나날이 기다리고 있다. 어떡해야 할까.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하이브리드전을 감행하는 측은 전면전 또는 광범위한 군사작전은 회피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상대의 의도가 이러하니 과잉 대응을 할 필요는 없다. 발본색원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문제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 위기관리를 잘해서 어려운 상황을 넘기면 된다. 

물론 과소 대응도 경계해야 한다. 우리의 한계를 탐색하며 도발을 지속하는 상황은 막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레드라인을 설정하고, 이를 북한이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 레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은 무거운 결정이다. 그렇지만 이 부분에서는 단호해질 필요가 있다.

하이브리드전 대응에 있어 군이 해야 할 일은 장기간 지속되는 저강도 작전에 대비하는 것이다. 피로가 누적될 것이지만 잘 버텨줘야 한다. 가능하면 도발 징후를 선제적으로 파악하여 피격받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보복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군의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가 되었다. 

안보 국방 분야 담론의 보수화 분위기는 좀 통제되어야 할 것 같다. 6월 들어 험악해진 북한 때문에 반북을 넘어 혐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 틈을 타서 일부에서는 미군의 전략폭격기 전개와 전술핵 재배치는 물론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한다. 

북한의 전략적 미숙함이 초래할 나비효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물 흐르는 대로 놔두면 한반도는 미중 전략경쟁의 한복판이 된다. 미국의 전략가들은 북한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고 주한미군의 생존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전략자산을 한국에 배치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본심은 북한을 넘어 중국 견제에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반도에 평화가 와야 미중 전략경쟁의 폭풍에서 좀 멀어질 수 있다. 그러니 북한의 하이브리드전에도 불구하고 평화 만들기와 군비 통제의 정책 기조는 견지되어야 한다. 사실 북한이 이러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바도 아니다. 대북 전단과 북한의 초조함이 그 시기를 앞당겼을 뿐이다. 

어려운 시기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방황하는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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