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실정에 국정운영 구심력 저하
안보이슈로 보수 지지층 결집 의도
연립여당 내분과 주변국 반발 걸림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적 기지 공격 능력’을 언급하며 안보 논쟁에 불을 붙였다. 2017년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을 활용해 사학스캔들로 난맥에 빠진 정국을 돌파했던 전례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의한 한반도 긴장 고조와 이지스 어쇼어 도입 중단을 거론한 뒤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가장 무거운 책임”이라며 “올 여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새로운 안전보장 전략을 논의해 신속히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에서 거론되는 ‘적 기지 공격 능력’도 논의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현행 헌법 범위 내에서 전수방위 원칙에 따라야겠지만 상대의 (미사일) 능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논의에만 갇혀 있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그간 헌법 개정을 통해 ‘전쟁 가능한 일본’을 주장해왔고 같은 맥락에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다만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미국과의 방위 역할분담에 따라 적 기지 공격은 미국에 맡긴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다수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갑자기 적 기지 공격 능력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 대해 잇단 실정에 따른 국정운영 구심력 저하를 꼽고 있다. 민감한 안보 논쟁을 촉발시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응과 차기 검찰총장의 ‘내기 마작’ 스캔들, 측근인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전 법무장관 부부 구속 등 연이은 악재에서 국민들의 눈을 돌리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2017년 사학스캔들로 궁지에 처했을 당시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을 ‘국난(國難)’으로 규정,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를 통해 구심력을 회복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 연내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에도 무력 사용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보수 결집에 나서려는 계산으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가 강조하는 개헌 논의가 정체된 상황에서 안보 분야의 새로운 레거시(정치적 유산)를 모색하려는 취지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생각대로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1956년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 총리는 “일본이 공격을 받을 경우 앉아서 자멸을 기다리는 것이 헌법 취지가 아니다”면서 “다른 수단이 없을 경우 적의 기지를 공격하는 것도 자위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근거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가 전수방위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반대와 “자위대를 전쟁에 내몰 수 있다”는 국민들의 우려가 적지 않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명분으로 자위대가 중거리 미사일을 보유할 경우엔 한국, 중국, 러시아 등을 자극할 가능성도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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