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약속까지 북에 제안" 논란
미국 백악관을 배경으로 18일 촬영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표지.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로부터 주한미군 주둔 비용 50억달러(약 6조665억원)를 받지 못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주독미군 감축 방침을 재차 밝힌 상황에서 만약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일 경우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오는 23일(현지시간) 출간을 앞둔 볼턴 전 보좌관의 저서 '그 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을 논의하던 중 한국에서 진행되던 한미연합훈련을 가리켜 "그 '워 게임(war game)'은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한국의 미군기지 지원으로) 50억달러 합의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거기에서 나오라"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같은 해 7월 자신이 방위비분담금 협상차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후 워싱턴으로 돌아와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80억달러와 (한국의) 50억달러를 얻어내는 방법은 모든 미군을 (그 나라에서) 철수한다고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그것이 우리를 유리한 협상 위치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ㆍ일본ㆍ유럽 동맹들 등 미군 주둔국들이 기지 비용에 '플러스 50%'를 추가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약속까지 북한에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회고록에 따르면 2018년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먼저 훈련 얘기를 꺼내자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은 도발적이고 시간과 돈 낭비"라며 "협상하는 동안은 훈련을 중단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또 6ㆍ12 싱가포르 북미회담 이후인 2018년 7월 6~7일 이뤄진 3차 방북 결과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보고할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 연습'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왜 한국전에 나가 싸웠는지, 그리고 왜 우리가 여전히 한반도에 그토록 많은 병력을 두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중얼거렸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전쟁 연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지칭하던 표현이다.
최근 주독미군 감축 공론화로 주한미군 감축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더 지난해질 가능성이 있다. 국방수권법에 따라 주한미군 감축은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의식해 한국 정부의 분담액을 대폭 높이라고 요구하면서 주한미군 축소 카드를 들고 나오는 것만으로도 정부로서는 국내 보수여론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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