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가 예효승 '#살아있다'에 참여
좀비의 다양한 몸동작 설계… 몰입감 더해
괴성을 지르며 몸을 꺾고 비틀면 될까. 요즘 한류 대세 콘텐츠로 자리잡은 '좀비'들의 움직임이 수상쩍다. 기괴한 동작을 만들기 위해 본브레이킹 댄스(뼈를 꺾듯 추는 격한 춤)나 리듬체조 전공자들이 동원되더니, 최근에는 해외파 현대무용가까지 가세했다. 'K좀비의 진화'다.
24일 개봉하는 유아인 박신혜 주연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는 예효승 현대무용가의 손을 빌렸다. 벨기에 세드라베무용단 소속으로 유럽에서 오래 활동한 예 무용가는 무용계 유명인사다. "몇 년 전 지인 소개로 알게 돼 집밥 먹는 사이"가 된 유아인의 제안으로 영화 작업에 참여했다.
좀비물이 발달한 할리우드에서도 무용가가 좀비 몸동작을 설계하는 건 드문 일이다. 예 무용가는 그래서 더 흥미를 느꼈다. 그는 “춤이란 감정을 통한 몸짓이며 감각을 확대하여 신체로 전달하는 작업”이라며 “상업적이든 순수예술이든 신체를 통해 영화 속 상황과 장면은 극대화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좀비 동작에 전문가의 손길이 가미되기 시작한 건 영화 ‘부산행’(2016)부터다. 이전까지 좀비물, 그것도 한국의 좀비물은 비주류 중의 비주류였다. 좀비 동작 따위에 따로 돈 들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2년 옴니버스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를 만들면서 좀비 안무의 필요성을 느낀 이가 이동하 레드피터 대표였다.
그 뒤 이 대표가 '부산행’을 제작하면서 리듬체조 코치 출신 박재인 안무가를 영입했다. 제대로 된 좀비 동작을 만들기 위해서다. 박 안무가를 통해 본브레이킹 댄서인 전영 안무가도 만났다.
리듬체조와 본브레이킹 댄스를 배운 ‘부산행’ 좀비는 확연히 달랐다. 느릿하게 돌아다니는 서양 좀비와 달리 '부산행' 좀비는 온 몸을 꺾어대며 단거리 선수처럼 전력 질주했다. 영화의 긴장감은 한층 더 끌어올렸다.
‘부산행’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하고 160개국에 팔리자, 여기저기서 K좀비를 요청했다. 전영 안무가는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에 참가했다. 영화 ‘미스터 고’(2013)에서 주인공 고릴라 랑랑의 몸동작을 만들었던 김흥래 안무가와 함께 ‘창궐’(2018) 작업에도 참여했다.
‘#살아있다’의 좀비들 어떨까. 속도는 좀 느려진 대신 몸을 꺾는 동작은 더 격렬해졌다. 이 영화는 아파트 단지라는 한정된 공간을 전제로 했다. 필요한 건 속도감보다 세세한 표현과 묘사다. 좀비마다 몸동작에다 개성을 불어넣었다. 예 무용가는 “좀비라 해서 무의식적인 움직임을 강조하기보다, 감정을 기반으로 초기, 중기, 말기 증상 단계별로 변화하는 움직임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K좀비의 진화는 더 이어진다. ‘부산행’ 속편 격으로 7월 개봉 예정인 ‘반도’에서 좀비는 아예 네 발 짐승처럼 달린다. 두 발로 달리던 ‘부산행’ 좀비보다 더 빠르고 격렬하다. ‘반도’에는 전영 안무가가 참가했다. 제작자 이동하 대표는 “곡예 같은 좀비 액션까지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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