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자골프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 선수권대회가 막을 내린 가운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재개 일정도 확정됐지만, 국내에 머물고 있는 LPGA 투어 선수들은 대부분 미국 무대 복귀 결정에 ‘신중론’을 펴고 있다. 국내 무대보다 상금 규모가 큰 미국 무대 복귀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건 선수의 안전 문제를 비롯한 현실적 제약조건들 때문가 것으로 보인다.
2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해 보면, 국내 무대에서 활약중인 LPGA 선수 가운데 박성현(27ㆍ솔레어)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아직까지 LPGA 복귀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LPGA 투어는 다음달 31일 신설 대회인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을 개막하고, 8월 6일엔 마라톤 클래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현재로서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까지 고려하면 미국 무대 복귀를 계획중인 선수들은 출국 일정을 확정해야 할 시기지만, 아직 많은 선수들은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전날 기아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유소연(30ㆍ메디힐)은 공식인터뷰에서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며 LPGA 참가 시기를 생각해 볼 것”이라며 유보적인 답을 내놨고, 2주 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에서 1,2위를 차지한 김효주(25ㆍ롯데), 김세영(27ㆍ미래에셋)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미국행 계획을 짜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ㆍ솔레어)과 ‘골프 여제’ 박인비(32ㆍKB금융그룹)는 스폰서 대회인 삼다수 마스터스가 LPGA 드라이브온 챔피언십과 같은 기간인 다음달 31일부터 열려 당분간 국내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이 미국행 비행기를 과감히 예약하지 못 하는 이유 가운데 첫째는 안전이다. 선수들 사정을 잘 아는 골프관계자에 따르면 선수들은 일단 안전한 국내에 머물며 일상 생활을 누리고, 큰 걱정 없이 대회를 치르고 있는 상황에 크게 만족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특히 최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 헤리티지에 참가 중이던 닉 와트니(39ㆍ미국)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여 기권하는 등 미국 내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데다, 드라이브온 챔피언십과 마라톤 클래식이 열리는 오하이오주 내 일부 지역에서도 코로나19확진자가 최근 급증해 선뜻 미국을 향하기엔 부담이 따르는 게 현실이다.
또 미국에서 열리는 초반 두 대회가 위험을 무릅쓰고 나설 정도로 실익 또는 매력이 큰 대회가 아니다.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은 100만달러(약 12억원), 마라톤 클래식 185만달러(약 22억원)가 걸려있는데, 최악의 경우 이 대회들도 정상개최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겹쳐있다는 게 일부 관계자들 얘기다. 아예 국내 대회 및 훈련에 열중하다가 8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는 스코티시 오픈(8월 13일 개막)과 브리티시 여자오픈(8월 20일 개막)의 정상 개최가 확정된다면 한국에서 곧장 영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란 관측도 나온다.
LPGA 선수들의 국내 대회 출전이 미뤄지면서, 출전 기회 및 우승 가능성이 줄어드는 국내파 선수들은 당분간 ‘야속한 세월’을 더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골프관계자는 “KLPGA 시드 유지에 열을 올려야 하는 선수들에겐 굉장히 힘든 시즌이 될 것”이라면서도 “한편으론 선수들이 세계적인 선수들과 한 무대에서 겨뤄볼 기회가 늘어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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