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털사 유세장 3분의 1 공석
NYT "SNS로 행사 예약 후 불참"
트럼프 측 "언론·시위대 탓" 주장
미국의 10대 청소년과 K팝 팬들이 대규모 '노쇼(No Show)'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격을 가했다. 행사 입장권을 예약해놓고 현장엔 가지 않는 방식으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를 외면한 채 3개월만에 대규모 군중 행사로 재선 세몰이에 나섰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텅 빈 객석을 선물한 것이다. 투표권이 없는 10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사회ㆍ정치 참여를 하는 이런 방식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0대 청소년들이 애용하는 동영상 중심 SNS '틱톡'을 통해 미국 청소년들과 K팝 팬들이 수십만장에 달하는 트럼프 유세 행사 입장권을 예약하고 현장에 가지 않았다. 이들은 틱톡에서 트럼프 캠프가 지난 11일 트위터에 띄운 '오클라호마주(州) 털사 유세장 무료 입장권 예약 안내'를 퍼나르며 신청을 독려했다. 텅 빈 유세장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실제 20일 1만9,000석 규모의 유세장은 3분의 1가량이 텅 비었고, 10대들은 트위터에서 '승리'를 선언했다.
NYT는 "최근 K팝 팬들이 미국 정치에 점점 더 많이 관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 생일축하 메시지를 요청하는 트럼프 캠프 측에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 영상 편집본을 대량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저항'했다. 앞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한창일 때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메시지를 깎아내리려는 '백인 목숨도 소중하다(White Lives Matter)'는 해시태그(#)가 눈길을 끌지 못하도록 조직적인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트럼프 캠프는 발끈했다. 브래드 파스케일 선거대책본부장은 "순전히 선착순 입장이라 노쇼를 의도하고 다른 이의 참가를 막았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유세 참석이 저조했던 이유를 '언론과 반(反)트럼프 시위대의 합작' 탓으로 돌렸다. 10대와 K팝 팬에게 한 방 먹은 게 아님을 애써 강조한 것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것은 일명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19세 미만의 청소년)'의 SNS 활용법"이라고 소개했다.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Z세대의 활동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11월 대선 직전에도 이런 SNS 활용법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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