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사 일정 정상화 수순 밟을 듯
여야 대치는 길어질 가능성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이번 주 중 국회에 복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법제사법위원장 등 국회 상임위원장 일부를 선출한 데 반발해 사의를 표시한 뒤 전국 사찰을 돌며 칩거에 들어갔지만 당 내부의 '삼고초려' 끝에 원대복귀로 마음을 굽힌 것이다. 다만 나머지 상임위원장 선출을 두고선 민주당을 향해 "18석을 다 가져가라"고 밝혔다. 때문에 민주당의 전향적 제안이 없는 한 통합당이 국회 정상화 수순에 합류한다고 해도 여야 대치는 이어질 전망이다.
21일 주 원내대표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초선 의원 여럿을 만나 엄중한 국회 상황 속 '야당의 역할'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며 "이번 주에 국회에 복귀할 확률이 커졌다"고 말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의 쟁점인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놓고는 "협상할 일이 아니다"라고 못박으면서 "민주당만 보고 정치를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민주당은 앞서 제시한 예결위ㆍ국토위ㆍ정무위 등 ‘알짜’ 위원장 자리를 통합당에 넘기는 가(假)합의안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통합당 의원들을 상임위에 강제 배정한 데에 대해서는 "철회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주 원내대표가 복귀하면 가장 먼저 상임위원들의 사보임 절차를 진행한 뒤, 다시 상임위원 배정 명단을 제출해 상임위 활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 몫 상임위원장을 모두 거부한 채, 상임위 간사를 중심으로 의사 일정에 참여하면서 여당의 독주와 오만을 부각하는 식의 원내전략을 쓸 가능성이 크다.
주 원내대표가 전격적으로 국회 복귀를 결정한 배경에는 위급한 한반도 긴장 상황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정쟁을 뒤로하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는 마당에 자칫 제1야당 원내 수장의 공백이 길어질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주말 주 원내대표 설득을 위해 충북 보은의 법주사를 찾아 '삼고초려'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초선 의원들도 이 같은 얘기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시하고 떠났던 만큼 일단 복귀 직후 의원총회 등을 거쳐 형식적인 재신임 절차를 밟은 가능성도 점쳐진다.
민주당도 복귀하는 주 원내대표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채찍 보다는 당근 전략을 구사할 공산이 크다. 당초 민주당은 통합당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남은 12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해 원 구성을 마무리 짓겠다는 강경론을 고수했다. 하지만 19일 박 의장의 본회의 연기를 계기로 민주당도 전략을 바꾸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칩거 중이던 주 원내대표에게 두 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지난 주말 주 원내대표가 머물렀던 경북 영주의 불영사를 방문했으나 만나지 못했다. 다만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고리로 통합당을 설득하기 보다 안보위기를 명분으로 '조건 없는 등원'을 요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일각에서도 북한의 잇따른 도발을 이유로 국회에 복귀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하자는 차원에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당분간 주 원내대표를 자극할 수 있는 메시지를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